안준철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분명히 사람이 살고 있는데 뉴스에는 그 지역의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재현의 사막’이라고 봤습니다."
15년 넘게 기자로 현장을 누볐던 언론인이 이제는 연구자의 시선으로 ‘뉴스에서 사라지는 지역’을 들여다본다. 호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안준철 교수다.
안 교수는 최근 방송문화진흥회 후원으로 한국언론학회가 시행하는 ‘2026년 신진학자 연구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올해 선정된 연구자는 안 교수를 포함해 3명이다. 이 가운데 지역 문제를 직접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는 그가 유일하다.
연구 주제는 ‘뉴스 지도에서 사라지는 지역: 1996∼2025년 인구변동과 뉴스 가시성 불평등을 통해 본 재현의 사막’이다.
안 교수는 앞으로 약 30년간 축적된 기사 자료를 토대로 전국 157개 시·군이 뉴스에서 얼마나 등장했는지 살펴보고 인구 감소와 뉴스 가시성 사이의 관계를 분석할 계획이다.
연구의 출발점은 해외에서 논의돼 온 ‘뉴스 사막(News Desert)’이라는 개념이었다. 지역 언론사가 사라지면서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정보를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하지만 안 교수는 이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미국과 달리 국토가 좁고 지역 언론사가 존재하는 곳이 많지만, 정작 언론사가 있다고 해서 모든 지역의 삶이 뉴스에 고르게 담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개념이 ‘재현의 사막’이다.
안준철 교수는 "신문사가 존재해도 그 신문 지면이나 뉴스에 특정 지역의 소식이 거의 없을 수 있다"며 "뉴스라는 결과물 속에서 특정 지역의 존재가 오랫동안 희미해진 상태를 ‘재현의 사막’으로 정의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의 시선은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으로 향한다.
전남의 군 단위 지역에도 주민이 살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매일 크고 작은 삶이 이어진다. 하지만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은 산부인과가 없어 다른 지역에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거나 큰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가 대부분이다.
안 교수는 이를 ‘사건 의존형 가시성’이라는 관점에서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그는 "지역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은 제대로 기록되지 않다가 안 좋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역이 뉴스에 얼마나 등장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년이라는 연구 기간에도 이유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역언론 기사까지 추적할 수 있는 데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확대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의 뿌리에는 안 교수의 ‘기자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언론계에 뛰어들어 15년 넘게 기자로 일했다. 주된 출입처는 야구장이었다. 스포츠 담당 기자로 전국의 야구장을 누비며 기사를 썼다. 하지만 주말도, 저녁도 없는 기자 생활을 이어가면서 한편으로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따라다녔다.
그 고민은 공부로 이어졌다. 단순히 기자 생활을 떠나기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에도 그는 뉴스의 사회적 역할만큼은 사라질 수 없다고 믿었다.
안 교수는 "사람들이 ‘뉴스를 안 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뉴스를 접한다"며 "뉴스가 없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제가 몸담았던 직업과 뉴스라는 영역이 지속되는 데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 경험은 그의 연구 철학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언론과 기자를 연구자의 시선으로 밖에서 비판하기보다 ‘왜 현장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가’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기자 시절 작성했던 이른바 ‘흑역사 기사’를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사람들은 ‘기사를 왜 그렇게밖에 못 쓰느냐’고 기자들을 꾸짖기도 하지만 현장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며 "언론사 역시 수익을 내야 하고 기자도 그 구조 안에서 일한다. 현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현실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호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관심의 범위도 지역언론과 지역사회로 넓어졌다. 특히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한 전남광주에서 생활하면서 ‘지역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뉴스와 정보는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안 교수는 지방소멸을 인구와 경제만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사람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그 지역에 대한 뉴스가 감소하면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려워지고, 외부에서도 그 지역을 인식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 환경의 소멸’도 지역소멸을 논의하는 하나의 축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번 연구가 향하는 곳도 결국 ‘현장’이다.
현재 지역언론 지원정책은 주로 언론사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지만, 지원 이후 실제 어느 지역의 뉴스가 늘었고 어떤 곳의 보도 공백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를 지역 단위로 살펴보는 연구는 부족하다는 게 안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국 뉴스의 물리적 공간이 어느 지역에 집중돼 있는지, 지역언론의 취재 역량과 실제 보도량은 어떤 관계를 갖는지 등을 장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들고 싶어 한다.
안준철 교수는 "지역언론을 지원했다면 실제 어느 지역의 뉴스가 늘었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지역 단위로 뉴스 공백을 보여줄 수 있다면 향후 지역언론 지원정책을 검토하는 하나의 기준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소멸을 이야기할 때 인구와 재정뿐 아니라 정보환경도 함께 논의됐으면 한다"며 "이번 연구가 한국 뉴스에서 어떤 지역은 계속 보이고 어떤 지역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되는지를 살펴보는 출발점이 되고,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이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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