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를 거닐다’ 올해 일정 마무리
근대역사문화공간 활용한 체험투어
퍼시픽나이트·중앙극장 등 재현
마지막 행사에 시민 250명 참여
오래된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공연과 영상, 체험으로 풀어낸 문화투어 ‘진해를 거닐다’가 올해 사업을 마쳤다. 진해문화플랫폼1926 소극장에 재현한 진해 중앙극장 모습. /진해문화원
진해에서 사라진 극장과 나이트클럽, 오랜 세월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음악다방이 시민들의 기억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된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공연과 영상, 체험으로 풀어낸 문화투어가 시민들의 호응 속에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진해문화원(원장 우순기)은 24일 진행한 체험형 스토리 투어 ‘큐피트의 수상한 청첩장: 사라진 신부와 진해의 비밀’ 4회차를 끝으로 올해 ‘진해를 거닐다’ 사업을 마쳤다.
‘진해를 거닐다’는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창원시가 후원하는 ‘2026 시도 문화예술기획지원사업’으로, 진해문화원이 주최하고 오감도시연구소가 협력해 진행했다. 지난해 시작해 올해 2년째를 맞았다.
진해 근대역사문화공간을 단순히 둘러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참가자들이 이야기 속 인물이 돼 골목을 걷고 문제를 풀면서 지역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네 차례 운영했다.
마지막 4회차는 기존 8개 코스에 새로운 거점 3곳을 추가한 확장판으로 진행했다. 궂은 날씨에도 시민과 방문객 250명이 참여했다. 진해뿐 아니라 창원시 마산합포·회원구와 의창·성산구 등에서도 참가자가 찾아왔다. 연령대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한 거점은 퍼시픽나이트, 중앙극장, 흑백다방이다. 각 장소에 남아 있는 시민들의 기억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했다.
퍼시픽나이트는 1980~1990년대 진해에서 운영됐던 유흥공간이다. 당시 인기 가수와 연예인들이 공연했고, 시민들이 모여 음악과 춤을 즐기던 장소였다. 옛 터는 진해구 충장로 86에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충장로 71에 당시 분위기를 재현했다. 밴드와 라인댄스 공연으로 이야기 속 신랑과 신부가 친구들과 어울리던 젊은 시절을 표현했다. 참가자들은 음악과 공연을 감상하며 과거 진해의 대중문화를 경험했다.
오래된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공연과 영상, 체험으로 풀어낸 문화투어 ‘진해를 거닐다’가 올해 사업을 마쳤다. 진해문화플랫폼1926 소극장에 재현한 진해 중앙극장 모습. /진해문화원
중앙극장은 진해에서 경화극장, 해양극장과 함께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졌던 영화관이다. 이후 중앙시네마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다 2009년 11월 5일 문을 닫았다. 옛 터는 진해구 화천동 20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진해문화플랫폼1926 소극장에 중앙극장의 기억을 옮겨왔다. 시민 인터뷰를 각색한 인공지능 영상을 상영하고 참가자들이 QR코드로 남긴 ‘중앙극장 기억 한 줄’을 화면에 띄웠다. 객석에 앉은 시민들의 사연도 소개했다. 건물은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영화를 보고 사람을 만났던 기억을 시민들이 직접 기록하고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장소는 진해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공간 흑백다방이었다. 흑백다방은 1955년 클래식 음악다방 ‘칼멘’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화가 유택렬이 인수해 흑백다방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지역 예술인들이 전시와 공연, 시 낭송을 열며 교류하던 공간이다.
참가자들은 실제 흑백다방에서 DJ가 읽어주는 사연과 신청곡을 들었다. 재즈 공연도 이어졌다. 이야기 속 두 사람의 연애 시절을 음악과 사연으로 풀어내면서 오래된 음악다방의 분위기를 경험하도록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역사적 건축물뿐 아니라 사라진 공간에 얽힌 시민들의 기억까지 지역 문화자산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실제 장소가 남아 있지 않은 중앙극장과 퍼시픽나이트는 공연과 영상으로 재현하고, 지금도 운영되는 흑백다방에서는 공간을 직접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오래된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공연과 영상, 체험으로 풀어낸 문화투어 ‘진해를 거닐다’가 올해 사업을 마쳤다. 24일 마지막 회차 참석자들이 진해 곳곳을 돌아보고 있다. /진해문화원
참가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진해문화원이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프로그램 구성과 이야기, 장소별 체험 등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참가자들은 “스토리와 코스 모두 잘 짜여졌다”, “잊고 있었던 역사를 조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진해에 알지 못했던 예쁜 공간이 많아서 좋았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반면 장소별 설명과 영상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관람 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순기 진해문화원장은 “이번 사업으로 시민들이 평소 지나쳤던 공간에서 새로운 역사와 이야기를 발견하고 서로의 기억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뜻깊었다”며 “올해 쌓은 경험과 참가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욱 편안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진해문화원은 내년 3차년도 사업에서 장소별 체험 시간을 조정하는 등 운영 방식을 보완할 계획이다. 올해 마지막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진해 근대건축물을 소재로 만든 배지와 중앙극장 기념 열쇠고리도 제공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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