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버넌스 리포트] ‘대체’ 아닌 ‘보완’ 위한 사회적 타협 노력 필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 선임기자] 19세기 초 영국에서 발생한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가 인간의 손을 대신하는 것에 대한 공포의 발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200여년이 흐른 2026년, 우리는 다시 한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계가 손이 아닌 머리를 대신하고 단순한 반복을 넘어 판단과 상호작용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무너지는 전문직 성벽과 육체노동의 침공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2월 고용동향'은 더 이상 AI가 미래의 위협이 아님을 숫자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0만5000명이나 급감했다는 사실은 변호사, 회계사 등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사’자 직업의 성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주니어급 인력이 하던 방대한 판례 분석과 회계 감사를 AI 솔루션이 단숨에 처리하며 기업들은 이제 사람 대신 알고리즘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당혹스러운 것은 육체노동 영역마저 이제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해 테슬라의 옵티머스, 쏟아지고 있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이제 AI가 스크린을 벗어나 육체를 갖게 되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최근 ‘GTC 2026’에서 피지컬AI 시대를 선포하며 육체노동의 AI 대체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에 강력히 저항하는 것은 이제 로봇이 인간의 보조 도구가 아닌 일자리를 뺏는 경쟁자로 체급이 바뀌었음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AI가 스스로 조직을 이루는 ‘에이전틱 스케일링(Agentic Scaling)’이 가세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지식 노동자가 하던 기획과 판단은 에이전트 AI가 수행하고 물리적 작업은 피지컬 AI 로봇이 담당하는 이른바 AI가 AI를 고용하는 ‘완벽한 무인화 생태계’는 이제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의 시나리오입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대체’ 아닌 ‘보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시급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공포 그 너머에 있습니다.
사라지는 일자리에 주목하기보다는 AI로 인해 촉발된 노동, 고용시장의 본질적 재편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입니다. AI가 판례를 순식간에 찾고 법률 초안을 작성하거나 로봇이 볼트를 조이는 동안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사실 이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수년, 수십년에 걸친 변화가 이제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현실이 되는 시대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정책 방향입니다.
과거 러다이트 운동에도 불구, 역사적으로 기술의 진보는 늘 새로운 수요와 직무를 창출해왔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로봇의 일자리 대체를 무조건 억제하는 방파제 전략이 아니라 노동자가 새로운 직무로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부분은 바로 교육정책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제도와 교육의 변화 속도가 느릴 경우 고용절벽은 정해진 수순입니다.
미래는 알 수 없고 공포심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현장 투입에 대해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용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를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사측의 효율성과 노측의 생존권이 충돌할 때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회적 신뢰뿐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맺어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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