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억대 오가…행정상으론 ‘사용허가자 변경’
2003·2011년 문서 ‘양도·양수’·‘권리양도’ 흔적
2022년 불법 전대 단속 뒤 전대·전차인 갈등 표면화
상인 자비 수리…수십 년 관행·공유재산 관리 충돌
2006년 김현경 경화시장발전회 회장은 창원시 진해구 경화시장 점포 한 곳을 1억 5000만 원에 샀다는 사실확인서. /경화시장발전회 제공
김현경 경화시장발전회 회장은 2006년 창원시 진해구 경화시장 점포 한 곳을 1억 5000만 원에 샀다. 4개 호수로 이뤄진 점포였다. 이후 3000만 원가량을 들여 가게를 고쳤다. 당시 점포를 마련하려고 가족이 살던 집을 처분하고 5000만 원가량 빚까지 냈다.
그러다 건강 문제로 영업을 하지 못하게 돼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 처음에는 월세 60만 원을 받다가 마지막에는 100만 원까지 받았다. 2022년 창원시가 경화시장 사용 실태를 조사하면서 이 점포는 불법 전대(임차인이 자기가 빌린 물건이나 부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빌려주는 일 또는 그러한 계약을 말함) 점포가 됐다. 사용허가도 취소됐다. 그 후 원래 점포를 빌려 쓰던 전차인이 지금까지 그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1955년부터 개설된 경화시장은 현재 점포 104개(1개당 약 16.5㎡)와 장옥 39개(1개당 약 4~7㎡) 등 총 143개로 이뤄져 있다. 임차해 장사하는 상인은 50여 명, 전차인은 11명, 거주자는 10명이다. 장옥은 점포와 달리 벽 없이 지붕과 기둥으로만 구성된 진열·판매 시설이다.
14일 경화시장에서 김현경 경화시장발전회 회장이 갈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은주 기자
매매 계약 체결돼 온 현황
경화시장은 시가 소유·관리하는 공설시장으로, 공유재산 사용허가를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점포를 다시 빌려주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김 회장은 전대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그 이전 과정이다. 그는 “불법이었으면 애초에 사용허가를 옮겨주지 않았어야 한다”며 “점포를 사고 행정기관에 가면 새 사람에게 사용허가를 내줬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 우리도 그것이 관례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1990년 작성된 한 계약서에도 경화시장 점포를 두고 개인 사이에 돈이 오간 내용이 적혀 있다. 김 회장 가족처럼 수천만 원에서 억대 금액을 주고 점포를 넘겨받았다는 상인들도 있다. 상인들은 점포를 넘길 때 매도인과 매수인이 함께 행정기관을 찾아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새 매수자 명의로 사용허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진해시는 2003년 7월 11일 축산물판매업 영업자 지위승계신고의 변경 내용을 ‘양도·양수’로 표시하고 있다. /경화시장발전회 제공
2011년 2월 23일 작성된 점포 포기각서에 ‘부동산 권리양도’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참조인란에는 지역경제과장 서명이 들어가 있다. /경화시장발전회 제공
관련 서류를 보면 진해시는 2003년 7월 11일 축산물판매업 영업자 지위승계신고의 변경 내용을 ‘양도·양수’로 표시하고 있다. 2011년 2월 23일 작성된 서류에도 ‘부동산 권리양도’라고 적혀 있고, 참조인란에는 지역경제과장 서명이 들어가 있다. 다만 이 같은 표현과 서명이 공설시장 점포나 사용허가권의 사적 매매를 행정기관이 승인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점포를 사고파는’ 것을 두고 상인들 인식과 행정상 의미는 달랐다. 행정기관이 바꿔준 것은 점포 ‘소유자’가 아니라 공설시장 ‘사용허가자’였다. 진해구청 경제교통과 관계자는 “권리금을 주고 점포를 매매했다고 주장하지만, 등기부등본을 보면 모두 창원시 소유 재산으로 돼 있다”며 “시 소유 재산으로 돼 있어 상인들이 돈을 주고받고 매매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조례에 승계 같은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그런 것을 행정에서 확인해준 것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대인도, 전차인도 “우리가 피해자”
경화시장의 불법 전대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은 2022년이다. 그해 6월 5평 남짓한 점포에서 장사하던 한 상인이 월세 50만 원을 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당시 공설시장 사용허가자가 창원시에 내는 사용료는 연간 20만 원 안팎이었다. 시로부터 저렴하게 사용허가받은 점포가 제삼자에게 다시 임대되면서 실제 영업자는 훨씬 많은 돈을 부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정순욱 창원시의원도 117회 창원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자유발언 등을 통해 불법 전대 문제를 제기했다. 시는 같은 해 7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시장 전체 사용 실태를 조사했고, 전대 등 위반 사실이 확인된 사용허가자에게 사용허가 취소 처분 등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용허가자와 실제 영업자인 전차인의 관계도 갈라지기 시작했다.
전차인들은 시 소유 공유재산인 줄 모르거나 제대로 된 권한이 없는 사람과 계약해 보증금과 월세를 부담하며 장사해 왔다고 밝혔다.
이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는 실태조사 당시 전차인이었던 실사용자에게 생계대책 마련과 점포 이전 기간을 주고자 2년간 한시적으로 사용허가를 내줬다. 전차인 10명이 10개소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사용허가는 2024년 12월 31일 종료됐다.
이후 현재까지 변상금을 내고 무단 점유하며 장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사용허가 갱신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1심에서 기각돼 항소했다. 시도 사용허가가 끝난 점포를 대상으로 명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명도 소송은 건물이나 토지를 점유한 사람을 상대로 소유자 등이 해당 부동산을 비워 넘겨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이다.
판결문 통해 본 공설시장 역사
경화시장 관련 판결문을 보면 복잡한 권리 관계는 1950년대부터 시작된다. 1954년 당시 진해읍 경화동 도로변에 있던 오일장이 협소해지자 지역 상공인과 주민들은 경화공설시장추진위원회를 꾸려 시장 개설을 요청했다.
진해읍의회 의결 이후 조직된 경화공설시장건설위원회는 1955년 3~5월 인근 토지 2300여 평을 매수했다. 진해읍장은 같은 해 5월 30일 경남도지사에게 시장 이설허가를 신청했고, 터 정리와 점포 건립을 거쳐 9월 24일 시장 용지와 상가 점포 전체를 진해시에 기부채납했다. 이후 진해시는 상인들에게 사용료를 받으며 시장을 관리했다.
하지만 시장 용지 상당수가 해방 이후 분배농지여서 소유권 이전등기는 곧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일부 토지가 경매로 넘어가 낙찰자가 소유권을 주장했고, 진해시는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다. 시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자 시장 용지 소유자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냈고, 시장 건물도 건축물대장을 일괄 작성해 소유권 등기를 추진했다.
판결문에는 진해시가 1955년부터 시장 용지를 점유해 1975년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시장 건물은 1992년 소유권 보존등기, 시장 용지는 1995년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졌다.
1500여 만원을 들여 수리했다는 견적서. /경화시장발전회 제공
사용료는 받았는데…시는 얼마나 관리했나
그 사이 시장에서는 점포를 사고파는 거래가 이어졌다. 새로 점포를 넘겨받은 사람은 다시 사용허가를 받아 장사했고, 건물이 낡으면 자기 돈을 들여 고쳤다. 수백만 원부터 수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김 회장이 창원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경화시장 지출 집행 현황을 보면 2016년 198만 원, 2017년 약 605만 원, 2018년 약 544만 원, 2019년 약 2300만 원, 2020년 약 1400만 원, 2021년 1900만 원, 2022년 2400만 원이다. 시설비는 아케이드·캐노피 등 수리 및 교체, 전기·소방시설 보수, 지붕 수리 및 교체, 경화시장 지주간판 제작, 2022년 공설시장 점포 보수공사 등에 쓰였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집행액은 약 9300만 원이다.
진해구청도 경화시장 시설이 전반적으로 노후화돼 현재 확보된 예산만으로 전체 시설을 한꺼번에 정비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진해구청 관계자는 “경화시장 시설이 1955년 개설된 이후 오래됐고 일부 증·개축도 이뤄져 전체적으로 노후화된 상태”라며 “올해 본예산에 시설 개·보수 예산 약 5000만 원이 편성돼 있지만 한꺼번에 모두 정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급성을 따져 순차적으로 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상인들이 몇천만 원을 들여 공사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면서도 “시 재산인데 왜 당시 행정기관에 요구하지 않고 직접 공사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구청에서 공설시장을 관리하고 필요한 수리와 보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원시는 경화시장발전회와의 소유권 확인 소송 등 3건에서 승소했다. 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발전위가 억울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송에서 모두 승소해 법적으로 시가 구제해줄 수 있는 방안이 당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가 제출한 내년도 경화시장 용역 예산이 창원시의회를 통과하면, 2027년 2월부터 10월까지 경화공설시장 기초 현황과 공설시장 운영·관리 현황, 불법 임대 실태, 상권 현황, 공설시장 운영·관리 체계의 문제점 등을 조사하고 관련 법령과 조례를 검토할 수 있게 된다. 70년 해묵은 갈등과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고, 이해관계를 판가름할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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