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날이 아득하게 떠오른다. 평소 걷던 골목길에서 벌어진 일이다. 다 지나간 일이지만 가끔 그 장소를 지나다 보면 황망한 기분을 떨치지 못해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돌보던 강아지를 잃어버린 사건이다. 유기견을 데려와 두 달쯤 함께 지내던 중 생긴 아찔한 경험에 대한 자기 고백이자 반성문을 쓰려 한다. 임시보호(임보)를 적극적으로 알아봐준 회사 후배와 임보를 선한 일이라며 칭찬해준 지인에게도 미처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다.
기분 좋은 휴일이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홀로 외출을 포기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택했다. 유기견센터에서 단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불안이 높았던 강아지는 집에서도 사람이 있으면 잘 움직이지 못했다. 산책이 그의 유일한 운동이었기에 내 시간을 내어 함께 걸어주는 것은 나름의 배려였다. 그러나 나는 부주의로 강아지를 놓쳤다. 목줄이 벗겨지며 맨몸이 된 강아지가 번개처럼 달아났다. 집에서는 꼼짝 않던 개가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혼비백산하며 뒤를 쫓았지만 놀라 달아난 개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름을 부르며 골목 곳곳을 헤맸다. 유기견센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고 남편에게 SOS를 보냈다.
‘2시간 혹은 2일.’ 개를 찾는 데 필요한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남편과 나는 다행히 2시간을 조금 남기고 강아지를 찾았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만의 힘으로 찾은 게 아니었다. 평소 인사를 잘 나누지 않던 이웃들이 우리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돌아봐주었다. 소동이 일어난 직후 ‘좀 더 일찍 나와볼 걸 후회된다’며 동네를 둘러본 부동산 아줌마, 오토바이를 끌고 골목을 누비던 정육점 아저씨, 전단을 만들어 붙일 준비를 하던 아이 친구 엄마…. 강아지와 산책을 마치고 들어가던 한 젊은이는 빈 강아지 가방과 목줄을 들고나와 어딘가로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의 간절함을 눈치채고 힘을 보태던 이들과 강아지를 함께 찾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빌라촌 골목을 샅샅이 뒤졌지만 강아지는 근처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됐다. 입주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던 곳이었다. 하얀 털북숭이가 혼자 돌아다니는 걸 이상하게 여긴 한 할머니가 경비실에 제보한 덕분에 우리는 강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찾은 강아지는 곧 평생 가족을 만났다. 인생 트라우마로 남을 뻔한 그날의 실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개나 고양이를 잃은 이들이 여전히 많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25년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실·유기 동물 구조 건수는 9만6000마리다. 전년 대비 10.4% 줄었다지만 결코 적은 않은 수치다.
지역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강아지를 애타게 찾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다행히 내장형 칩을 심어두면 도심에서는 신고만으로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유기견센터 대표의 설명처럼 부주의로 잃어버린 강아지 대부분은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온다. 일부러 놓쳐버린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발견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덕분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환희뿐 아니라 눈물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대에 우리는 서로의 일상에 깊숙이 연결돼 있다. 그날 골목을 배회하던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강아지를 찾습니다’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 낯선 이들의 눈길이 내 불행에 닿았으면 했다.
동시에 과거의 내가 다른 이의 한숨에 얼마나 관심을 뒀는지가 생각나지 않아 민망했다. 아픈 지인 소식에 시간을 내어 기도하지 않았던 기억, 절박한 인터넷 사연에 마음만 동요했을 뿐 실제 행동하지 않던 순간이 스쳤다.
앞으로 나는 얼마나 더 자주 ‘잃어버린 강아지’를 마주하게 될까. 평범한 것을 놓치고 사무치게 아파하며 다시 되돌리려 애쓸까. 그날 골목의 장면은 괴로워 희미해지길 바랐지만 선명하게 간직하려 한다. 일상이 무너진 누군가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처럼 살아가기 위해서다.
신은정 미션탐사부장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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