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홍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규현 기자
“우리나라 빈집 문제는 규모보다 증가 속도가 더 심각합니다. 지금처럼 가면 지방 소멸과 지역 황폐화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이 급증하는 빈집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리체계 전면 개편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2026년 대구·경북 부동산분석학회 춘계세미나가 28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빈집관리체계 고도화와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이슈특강과 농촌 빈집 정비, 빈집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룬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이슈특강에 나선 여창환 경북대 대학원 도시재생학과 박사는 우리나라 빈집 문제가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 지역 쇠퇴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 박사는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빈집 문제가 누적됐지만 한국은 증가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며 “2023년 기준 일본의 빈집 비율은 13.8%, 한국은 약 8% 수준이지만 속도 면에서는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빈집 통계의 혼선이 정책 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국가데이터 기준 빈집은 미분양·신축·일시적 공가까지 포함해 최근 150만호를 넘어선 반면, 관련 법률에 근거한 빈집실태조사는 1년 이상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은 주택만 포함해 지난해 말 기준 약 13만4천호 수준으로 집계된다는 것이다.
여 박사는 “국가 통계와 법정 실태조사 간 격차가 10배 이상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책 혼선은 불가피하다”며 “빈집 정의와 조사 기준을 전국적으로 통일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의 한계도 짚었다. 농촌은 농어촌정비법, 도시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관리 체계가 이원화돼 행정 혼선이 발생하고, 상속 미이행이나 복잡한 공유 지분 문제로 소유자를 특정하지 못해 정비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빈집 철거를 유도하기 어려운 ‘세제 역설’을 문제로 꼽았다. 건물을 철거하면 토지가 나대지로 분류돼 재산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어 소유주 입장에선 방치가 유리한 구조라는 것이다.
여 박사는 해결책으로 △도시·농촌 빈집 관리 법령 통합 △AI·드론 기반 빈집 조사 시스템 구축 △위험 빈집에 대한 지자체 공공관리권 강화 △민간 재생사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 인센티브 확대 등을 제안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중심의 전면 철거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빈집을 지역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활용 중심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농촌 빈집 밀집지역 관리 방안과 빈집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공유됐다.
김태식 공간팩토리 책임연구원은 ‘농촌 빈집밀집지역 관리를 위한 우선정비구역 지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농촌 지역의 체계적인 빈집 정비 기준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민재 영남대 대학원 도시계획학과 석사수료생은 ‘빈집밀집지역의 외부효과가 근린상권 활력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빈집 증가가 상권 침체와 지역 활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병홍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장(대구과학대 교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토론과 질의응답, 후원사 사업설명회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이번 6.3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되면)대구의 부동산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규현 기자 leekh1220@idaegu.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