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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붉은’ 동방신기 · ‘오로라’ 에스파… K팝으로 물든 도쿄의 밤

공연장 정중앙에 위치한 360도 무대 위에서 첫 등장한 에스파는 정규 1집 타이틀곡인 ‘아마겟돈’에 이어 지난 3월 일본에서 공개한 신곡인 ‘애티튜드’(ATTITUDE)와 ‘킬 잇’(Kill it)을 잇따라 부르며 좌중을...

‘붉은’ 동방신기 · ‘오로라’ 에스파… K팝으로 물든 도쿄의 밤

■ 동방신기 닛산스타디움 공연

470m 거대한 ‘무빙 스테이지’

공연 100% 일본어 노래·멘트

25·26일 13만명 팬들과 만나

“다시 서고 싶던 무대, 꿈 같아”

도쿄(일본)=안진용 기자

K팝이 일본 열도를 홀렸다. 지난 주말 2∼4세대 K팝 그룹을 대표하는 동방신기·트와이스·에스파가 닛산 스타디움·도쿄 국립경기장·도쿄돔 등 ‘일본의 심장’이라 불리는 공연장을 동시 공략했다. 세 그룹이 이틀간 모은 관객만 약 37만 4000명. 이 중 현지팬과 호흡하며 K팝의 자존심을 세운 동방신기·에스파 공연장의 열기를 생생히 전한다.

2인조 그룹 동방신기가 K팝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진 ‘맏형’다운 면모를 뽐냈다.

동방신기는 25∼26일 일본 최대 규모 공연장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레드 오션’ 무대를 꾸몄다. 동방신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의상을 입은 관객들은 T자 모양의 야광봉을 흔들며 빨간 물결이 넘실대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틀간 13만 명이 모였다.

2003년 데뷔한 동방신기는 같은 소속사 선배였던 가수 보아가 개척한 일본 내 K팝 시장을 비옥하게 일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2005년 일본 시장에 정식 데뷔한 이들은 지난 2013년 해외 가수로는 최초로 닛산 스타디움서 단독 콘서트를 연 뒤 2018년 일본 공연 사상 처음으로 사흘 공연을 성사시켰다. 이 무대에 세 번째 서게 된 유노윤호는 “다시 한번 이곳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꿈만 같다. 가수로서 접할 수 있는 최대의 호사를 누린 것 같다”고 말했고, 최강창민은 “인기는 영원할 수 없다. 20년 넘게 활동했는데, 닛산 스타디움이라는 공연장에서 팬들과 또다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방신기는 한국 정규 5집 타이틀곡 ‘왜’(WHY)의 일본어 버전을 부르며 초반부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 곡은 동방신기가 2인조로 재편된 후 처음 발표한 곡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 ‘원 앤드 온리 원’(One and Only One), ‘타임 웍스 원더스’(Time Works Wonders)까지 12곡을 몰아친 후 최강창민은 팬들을 향해 “언제나 저희를 밝혀주셔서 감사하다. 저희도 여러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계속 비추고 싶다”고 했고, 유노윤호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여러분과 함께해왔다. 여러분이 바로 저희의 정체성(IDENTITY)”이라면서 다음 곡 ‘아이덴티티’(IDENTITY)를 이어갔다.

회당 6만5000명에 이르는 팬들과 가까이 만나기 위해 공연장은 ‘ㅁ’ 모양으로 구성됐다. 거대한 무빙 스테이지가 그 위를 움직이며 팬들 곁으로 다가갔다. 이 무대의 총 길이만 무려 470m였다. 동방신기는 3시간 30분에 걸친 공연을 100% 일본어곡으로 채웠다. K팝 시장의 성공 공식 중 하나인 ‘현지화’의 정석 같은 공연이었다. 게다가 ‘라이징 선’(Rising Sun), ‘“오”-정·반·합’(“O”-正·反·合) 같은 20년 전 히트곡의 감성을 고스란히 재현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동방신기는 어느덧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즐기는 그룹으로 거듭났다. 엄마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아카리(26) 씨는 “엄마가 동방신기의 오랜 팬이다. 엄마가 틀어놓은 그들의 노래를 듣고 퍼포먼스를 보다가 저 역시 팬이 되어 이제는 함께 공연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동방신기를 좇고 있다는 엄마 사토미 씨는 동방신기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빙그레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에스파 도쿄돔 공연

오사카 7만명 이어 9만명 인파

멤버들 솔로·유닛 이색 볼거리

한국 발매 히트곡도 ‘떼창’ 화답

현지 팬들 “쇠맛 사운드 돋보여”

“가장 ‘에스파’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 무대에 섰습니다.”

걸그룹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는 도쿄돔을 가득 메운 4만7000여 명의 팬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화려한 군무, 그들을 상징하는 오로라 컬러의 레이저 조명과 강렬한 사운드를 앞세운 무대에 현지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에스파는 일본 돔 투어 ‘싱크: 액시스 라인 - 인 재팬[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SYNK: aeXIS LINE - in JAPAN[SPECIAL EDITION DOME TOUR])의 일환으로 25∼26일 양일간 도쿄돔 공연을 진행했다. 앞서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7만6000여 명을 동원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틀간 9만4000명을 모으는 등 일본에서만 총 17만 명과 만났다.

공연장 정중앙에 위치한 360도 무대 위에서 첫 등장한 에스파는 정규 1집 타이틀곡인 ‘아마겟돈’에 이어 지난 3월 일본에서 공개한 신곡인 ‘애티튜드’(ATTITUDE)와 ‘킬 잇’(Kill it)을 잇따라 부르며 좌중을 압도했다. 윈터는 “오늘(26일) 돔투어 마지막 날이다. 모든 것을 다 무대에 쏟아부으려고 하니 여러분도 함께 즐겨달라”고 당부했고, 지젤은 “저희가 끝까지 달릴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달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에스파와 같은 날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 공연을 연 데뷔 23년 차 동방신기가 K팝의 ‘어제와 오늘’이라면 데뷔 6년 차인 에스파는 K팝의 ‘오늘과 내일’이라 할 만하다.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발표한 노래만으로 3시간이 넘는 공연을 꽉 채우는 사이, 에스파는 ‘리치 맨’(Rich man), ‘넥스트 레벨’(Next level) 등 한국에서 발매했던 히트곡을 연이어 부르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현지 팬들은 한국어로 모든 노래를 따라부르며 에스파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울러 멤버 4인의 솔로 무대를 비롯해 카리나·윈터가 함께 부른 ‘세레나데’(Serenade), 지젤·닝닝이 합작한 ‘롤리팝’(Lollipop) 등 유닛 무대로 공연장을 찾은 이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에스파는 여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K팝 시장에 남성 팬덤을 유입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도쿄돔에서도 응원봉을 든 남성팬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하루토(24) 씨는 “원래는 여자친구가 에스파의 팬이었는데 함께 노래를 듣다가 제가 더 열렬한 팬이 되었다”면서 “기존 K팝 걸그룹이 귀여운 이미지를 강조한 반면 에스파는 ‘쇠맛’이라 불리는 강렬한 사운드와 박력 있는 퍼포먼스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에스파는 새 앨범과 다음 공연을 기약하며 2시간 30분에 걸친 공연을 마무리했다. “5월 29일에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가 발매됩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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