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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편한 진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개인의 요구대로 언제, 어디서나 저렴하게 제공하고 추론까지... 양성하는 ’AI 부트캠프‘ 등을 찾고 있으며 대학을 이탈하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계속 존재해야...

불편한 진실

불편한 진실

임몽택 미네르바 코칭앤컨설팅 대표, 전 광주대 경영학과 교수

2026년 04월 20일(월) 07:30

벚꽃 엔딩.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속설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2000년 이후 25년간 20곳 이상의 대학이 문을 닫았고 이 중 18곳 이상이 지방 대학이었다. 수도권 대학도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45년 대학 진학,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서도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대학이 심각한 경영난과 구조조정 위기에 처할 것이다. 따라서 머지않아 대학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계보다 ‘살아남는 대학‘과 ’폐교하거나 통합되는 대학‘으로 재편되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뿐만이 아니다. 과거 대학은 수준 높은 지식과 학문적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개인의 요구대로 언제, 어디서나 저렴하게 제공하고 추론까지 해준다. 대학이 단순히 지식과 정보만을 제공하는 곳이라면 더 이상 비싼 등록금 내고 강의실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대학이 제공하는 지식마저 현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들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학위과정 대신에 맞춤형 직무능력 인증과정인 ’매치업‘이나 실무 중심 인공지능 개발자를 양성하는 ’AI 부트캠프‘ 등을 찾고 있으며 대학을 이탈하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계속 존재해야 할 이유는 아직도 충분하다. AI가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더라도 그 정보의 맥락을 파악하고, 진위를 가려내며,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AI가 제공한 데이터를 맹신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고 분석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논리를 구축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

또한 캠퍼스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만들어내는 역동성은 AI는 도저히 생성해 낼 수 없다.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두려움 없이 말하는 학생, 무시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공감적으로 경청하는 교수, 치열한 논쟁 후에도 서로 격려하며 따뜻한 눈길을 나누는 학우들이 만들어내는 지적·인간적 교감은 졸업 후에도 무엇보다 소중한 사회적 자본이 된다.

대학이 존재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학령인구 감소와 AI 시대에 대응하려면 평생 교육 및 재교육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AI의 출현으로 직업 수명이 짧아지면서 직장인들은 생애 주기에 걸쳐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 따라서 대학은 30~60대 성인 학습자의 경력 개발이나 직무 전환을 성공적으로 돕는 평생 교육 또는 재교육 허브가 되어야 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층만을 바라보는 대학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

그리고 백화점이 아니라 전문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종합대학 체제로 모든 학문 분야를 가르치는 것은 경쟁력을 차치하고라도 재정적으로도 불가능해진다.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학이 보유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우리 대학은 000분야만큼은 국내(혹은 세계) 최고다”라고 말할 수 있는 특성화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기업과 한 몸이 되어야 한다. 신입보다는 경력을 더 선호하는 취업 시장에서 이론만 가르쳐 내보내는 것은 취준생을 한 명 더 늘릴 뿐이다. 캠퍼스 내에 기업 연구소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등을 입주시키고 학생들은 이곳에서 기업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돼 경험을 쌓아야 한다.

나아가 글로벌이나 로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과거에는 글로벌도 아니고 로컬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어도 학령인구가 충분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학령인구 절벽과 AI 시대에는 이 애매한 위치에 있는 대학들이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다.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커리큘럼을 국제화하여 글로벌로 가거나, 반대로 지역 사회에 완벽하게 밀착하여 지역문제 해결의 플랫폼이 되는 극단적인 노선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은 살아 있는 유기체다. 모든 생물이 기후 변화나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신체 구조나 생존 방식을 변화시켜 생명을 유지하듯 대학 역시 인구 변화, AI의 일상화, 새로운 산업적 요구라는 거대한 생태계적 압력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임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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