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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교, AI를 품다] 불교계 AI 활용 현황과 과제는

5월 16일 서울 종로 일원에서 펼쳐진 불기 2570년 연등회 연등행렬에서 임중연 동국대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교수의 연구팀이 개발한 AI 로봇 스님 ‘혜안’과 4족 보행 로봇 ‘구기(Googi)’가 동국대 행렬 선두를 이끌고 있다.

[불교, AI를 품다] 불교계 AI 활용 현황과 과제는

AI 품은 불교, 전법·포교 문법이 바뀐다

상담봇·법문 아카이브 등 확산

종단 종책 과제로 본격 부상해

교리 검증·상담 윤리 등은 과제

빠른 답변보다 ‘바른 답변’ 필요

​​​​​​​AI 지혜롭게 쓰는 승가 고민을

5월 16일 서울 종로 일원에서 펼쳐진 불기 2570년 연등회 연등행렬에서 임중연 동국대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교수의 연구팀이 개발한 AI 로봇 스님 ‘혜안’과 4족 보행 로봇 ‘구기(Googi)’가 동국대 행렬 선두를 이끌고 있다. 사진=특별취재팀

불교가 AI를 품고 있다. 경전과 법문을 기반으로 고민을 상담하는 AI 스님이 등장했고, 스님 법문을 학습한 상담봇이 신도들의 질문에 답한다. 승려교육 현장에서도 생성형 AI 활용 강의가 개설됐다. 수 년 전만 해도 낯선 조합이었던 ‘불교와 AI’는 이제 박람회장 이벤트를 넘어 전법과 교육, 문화포교의 새 과제로 부상했다.

변화는 포교 현장에서 먼저 감지됐다. 2024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는 ‘열암곡 마애부처님의 고민상담소’가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챗GPT 기술을 활용한 이 프로그램은 관람객이 자신의 고민을 입력하면 AI로 구현된 열암곡 마애부처님이 불교적 지혜를 바탕으로 답을 전하는 방식이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측은 이를 조계종 미래본부와 함께 진행한 아트·테크 결합형 전시로 소개했다.

이후 AI 활용은 상담형 포교로 빠르게 확장됐다. 현대불교신문은 2025년 불교 신행상담봇 ‘해심이’를 선보였다. ‘해심이’는 구글이 개발한 제미나이와 구글 AI 검색 기능을 기반으로 불자 맞춤형 신행 상담, 마음 치유, 명상, 수행 등을 조언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5월 15일에는 ‘해심이’를 리뉴얼해 캐릭터라는 새 옷까지 입혀 출시했다. 리뉴얼 버전은 제미나이의 검색 기능을 바탕으로 클로드가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으로 개발됐다.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확대됐다는 게 이번 리뉴얼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한국불교학회장 자현 스님의 법문과 가르침을 기반으로 한 ‘AI 자현’도 공개됐다. 이는 불교 AI가 단순한 범용 챗봇을 넘어 특정 스님의 법문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문답형 서비스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단 차원의 관심도 본격화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2026년 신년기자회견에서 AI를 적극 활용해 한국불교를 혁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진우 스님은 “AI시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선도하며, 그 성과를 다시 마음 평안과 깨달음의 길로 회향하고자 한다”며 “한국불교는 양자과학과 인공지능의 시대 속에서 선명상과 불교 수행의 지혜를 결합해 현대인의 정서와 과학적 사고에 부합하는 불교, 곧 디지털·AI 융합형 ‘마음 문명 불교’의 토대를 지금부터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승가교육 현장에서도 변화는 시작됐다. 조계종 연수교육 과정에는 2024년부터 AI 관련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2024년에는 ‘AI(Chat GPT)가 불교에 미치는 영향(보일 스님)’이라는 한 강좌뿐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AI(Chat GPT)와 불교(보일 스님)’, ‘AI(Chat GPT) 최신기술 활용법-AI를 활용한 포교, 법회 자료제작(혜장·자홍 스님)’의 두 강좌로 늘었다. 올해도 ‘AI와 불교(보일 스님)’,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온라인 법회(혜장·자홍 스님)’ 강좌가 개설돼 있다. 이처럼 조계종 교육부는 스님들을 위한 AI 도구 활용 교육을 마련하는 등 승가교육과 AI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대학교육 및 경영에서도 AI 기술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올해 건학 120주년을 맞는 동국대는 육·연구·경영 부문 전반에 걸쳐 AI를 접목하는 ‘동악(Dongguk AX) 플랜’을 추진할 계획임을 올해 1월 19일 열린 ‘건학 120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동악 플랜’은 2030년까지 2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0개 영역, 23개 세부과제를 추진하는 중장기 AI 혁신 로드맵이다. 이를 통해 △AI-네이티브 융합인재 배출 △글로벌 Top-티어 융합 연구 허브 도약 △무결점 데이터 행정 및 최적화된 스마트 캠퍼스 구현을 목표로 한다는 게 동국대의 계획이다.

주요 추진 사업으로 △전교생 대상 AI  기본교육 강화 △AI 기반 교육과정 통합 운영 플랫폼 구축 △(가칭)AI 융합연구원 신설 △전 구성원 대상 생성형 AI 유료서비스 지원 △총장 직속 AX대응위원회(TF) 신설 등이 이뤄진다.

올해 1학기부터 학생, 교수,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에게 챗지피티, 제미나이,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제공해 교육·연구·업무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기존의 공통교양 ‘디지털 리터러시’ 영역을 ‘AI 리터러시’ 영역으로 개편하고 AI 관련 교양교과목을 확대하기로 했다.

윤재웅 동국대 총장은 “향후 동국대는 불교윤리와 AI 기술이 공존하는 선도적 AI 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불교계가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데이터가 관건이다. AI는 학습한 만큼 답한다. 검증된 한글대장경, 주요 경전 번역, 주석서, 종단 표준 교재, 스님 법문, 불교사전, 의례 자료, 사찰 문화유산 정보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돼야 불교 전문 AI도 가능하다. 현재처럼 범용 AI에 질문을 던지는 방식만으로는 교리 오류와 출처 불명의 답변을 막기 어렵다. “부처님 말씀입니다”라는 단정은 쉬우나, 그 말이 어느 경전과 논서에 근거하는지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AI 전법의 기초는 기술이 아니라 불교 데이터의 정합성이다.

윤리 문제도 피할 수 없다. AI 상담이 우울, 자살 충동, 가정폭력, 중독, 정신질환 등 고위험 문제를 마주할 때 단순한 종교적 위로만으로 응답해서는 안 된다. 전문기관 연계, 응급 안내, 개인정보 보호, 상담 기록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AI를 경계만 할 일은 아니다. 불교는 늘 시대의 언어로 법을 전해 왔다. 구전의 시대에는 암송으로, 목판의 시대에는 대장경으로, 방송의 시대에는 라디오와 TV 법문으로, 인터넷 시대에는 유튜브와 SNS로 전법의 방식을 바꿔 왔다. AI 역시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다만 방편은 법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지 법 그 자체가 아니다.

AI시대 불교의 과제는 ‘AI 스님’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AI를 지혜롭게 쓰는 승가와 사부대중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더 빠른 답변보다 더 바른 답변이 필요하고, 더 많은 콘텐츠보다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AI는 인간보다 빠르게 말할 수 있지만, 중생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자비행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한국불교가 마주한 질문도 여기에 있다. AI가 불교를 대신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불교는 AI시대에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더 빠르게 증폭시키는 시대일수록 불교는 고통의 원인과 마음의 길을 더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AI는 새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편을 법답게 쓰는 일은 결국 현재 불교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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