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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분석] '피벗의 소멸'이 의미하는 것…고유가·AI·금리 재편이 동시에...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AI 생산성, 에너지 가격, 지정학,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변수들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By 연철웅 (코리아아이티타임즈/코리아IT타임스/koreaittimes/ittimes/Korea IT Times)

[분석] '피벗의 소멸'이 의미하는 것…고유가·AI·금리 재편이 동시에...

미국·일본·브라질 채권시장에 대한 최근 전망은 단순한 금리 예측을 넘어, 글로벌 자금 흐름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었다면, 이제 시장은 “높은 금리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인가”로 움직인다.

특히 하나증권이 제시한 이번 글로벌 채권 전망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바로 “피벗(Pivot)의 소멸”이다. 연준(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는 가운데, 일본은 오히려 그동안의 초저금리에서 벗어나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브라질도 금리를 낮추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흐름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 ‘고금리 장기화’가 새로운 기준이 되나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 시장이다. 하나증권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연내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단 역시 기존 시장 예상보다 높은 4.8% 수준까지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금리 전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은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동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물가 압력이 과거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나증권은 1990년 걸프전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비교하며, 이번에는 유가 고점 이후 소비자물가(CPI) 정점까지의 시차가 더 길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물가와 임금 구조, 지정학적 공급망 비용까지 함께 반영되는 복합 인플레이션 국면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고유가에도 경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유가 급등이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직결됐지만, 현재 미국 경제는 AI 투자 확대와 생산성 개선 효과가 성장률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최근 미국 기술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과도 연결된다. 데이터센터·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증가가 기업 생산성을 방어하면서, 연준 입장에서는 경기 둔화만을 이유로 빠른 금리 인하를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시장은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릴까”보다 “높은 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일본 채권시장: ‘잃어버린 금리’의 귀환

반면 일본 시장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일본 국채(JGB)에 대한 글로벌 자금 유입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하나증권은 일본이 6월 이후 하반기에 두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제시하며, 연말 기준금리를 1.50% 수준으로 전망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상단 3.0%까지 열어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상당한 변화다.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초저금리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 흐름이 이어지면서, 일본은행(BOJ) 역시 점진적 정상화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일본 정부와 일본 은행이 달러-엔 환율 160엔 수준 방어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 상승과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엔화 강세 폭 자체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즉, 일본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미국의 고금리 구조가 유지되는 한 급격한 엔화 강세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국채 순매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이는 글로벌 자금이 “미국 일극 채권시장”에서 일부 분산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일본 금리 정상화가 본격화될 경우, 그동안 해외로 빠져나갔던 일본 기관 자금이 다시 자국 채권시장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상당한 구조 변화다.

브라질 채권시장: 고금리 매력은 유지되지만 변동성 경계

브라질 시장은 여전히 높은 금리 매력이 유지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브라질 중앙은행의 점진적 금리 인하 기조는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연내 기준금리를 13.25% 수준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경계심과 대선 변수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브라질 수출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치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시장 변동성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브라질 경제는 철광석·원유·농산물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 흐름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헤알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고점 형성 이후에는 변동성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하나증권은 장기 듀레이션보다는 만기가 짧은 헤알화 표시 채권과 달러 표시 채권 중심의 보수적 접근을 권고했다.

이는 현재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변동성 관리”와도 연결된다. 과거처럼 단순히 높은 금리를 좇기보다, 환율·정치·유동성 리스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국면이라는 의미다.

결국 시장은 ‘저금리 시대의 종료’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망의 핵심은 단순한 국가별 금리 예측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AI 생산성 확대가 고금리를 버틸 체력을 제공하고 있고, 일본은 초저금리 체제를 서서히 종료하는 단계에 들어섰으며, 브라질은 원자재 사이클과 정치 변동성 속에서 고금리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시장은 이제 “금리 인하” 자체보다 “높은 금리 체제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AI 생산성, 에너지 가격, 지정학,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변수들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연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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