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러시아에 대거 파견한 노동자들이 군용 드론 등 무기 생산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의 군수산업을 지원하는 구체적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16일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및 회피’ 보고서를 공개했다. MSMT는 2024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활동을 종료한 뒤 대북 제재 이행 감시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출범했다. 이번 보고서는 세 번째 보고서다.
MSMT는 보고서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알라부가 경제특구의 드론 생산시설에 파견돼 러시아를 위한 군용 드론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러시아의 무기 생산시설과 철강 가공공장, 조선단지 등 산업시설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는 약 1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북한 노동자 수요가 늘어났고, 최근 북·러 협력이 강화하면서 파견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건설 인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각종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사례가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재건 사업을 비롯해 극동지역 건설·벌목 현장, 스보보드니 우주기지 인근 주거시설 건설 현장에서도 북한 노동자들 활동이 확인됐다.
북한은 러시아 비자 제도를 활용해 노동자 파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가 북한 국적자에게 발급한 비자의 98% 이상이 학업 비자였다. 이들은 현장실습 등을 명목으로 건설과 농축산, 벌목 등 노동 현장에 투입됐다.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 벌이는 러시아가 학업 비자를 통한 수익 활동을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하면서 대폭 증가했다. MSMT는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 한 명이 창출하는 연간 소득을 평균 약 7500달러로 추산했다. 업종에 따라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중국에서 받는 임금보다 최대 5배가량 높다.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이 체류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약 2만∼7만명이 체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3~2025년 사이 1만∼2만명이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만명이 중국에 새로 파견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랴오닝성·지린성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단순 가공 등 노동집약적 업종이나 정보통신(IT) 분야에 종사 중이다.
북한은 의류·수산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에 노동자를 계속 파견하고 있다. 특히 전자제품 조립 공장에 노동자를 보내는 방안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노동자는 전 세계적으로 3만5600∼10만1280명이 최소 17개국에 체류하면서 지난해 4억5000만∼8억달러(약 6000억∼1조700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MSMT는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임금의 80∼90%를 몰수하고 있다”며 “일부 사례에서는 몰수액이 실제 소득을 초과해 노동자가 북한 당국에 빚을 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MSMT 참여국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수입이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으로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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