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차관 언급…‘우방’ 한·일서 소형 핵무기 운용 가능성 나와
일본선 ‘비핵 3원칙’ 재검토 기류…국내 보수 진영서도 핵무장론
실제 배치 땐 충돌 우려…미 핵 전략에 ‘한국 협의 명시’ 관리 필요
미국 국방부가 동맹국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단거리 전술핵무기의 활용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핵 군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중·러가 핵전력을 증강하는 가운데 최근 일본과 한국 일각에서 핵무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핵 위협에 맞서 한·미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대중·대러 전략에서 전술핵 운용을 확대할 가능성은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의 비공개 발언이 알려지면서 제기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국방전문 매체 브레이킹디펜스는 콜비 차관이 지난 5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미국 전략사령부 억지력 심포지엄에서 소형 전술핵무기에 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에 ‘합리적인 핵옵션’이 필요하다고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미국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보다 지역적 수준의 전쟁이 더 우려된다면서 지역에서 재래식 전쟁이 벌어지다가 핵무기가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확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거론했다. 콜비 차관의 비공개 연설 당일 미국 NBC방송은 중국·러시아가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가 단거리 전술핵무기 운용을 강조하는 새로운 핵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러시아와 미국 중심의 갈등 구도가 심화하고 있는 정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9일 “콜비 차관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은 핵이 없는 상황에서 북·중·러가 전략적 이익을 취할 수 있으므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내에선 핵무기를 보유·제조·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던 2022년 핵무기 반입 금지 원칙에 대해 “유사시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내에서도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 핵무장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콜비 차관의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술핵 배치는 역내 긴장을 지나치게 고조시킬 수 있는 만큼,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전개를 상시화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전술핵 운용 확대는 동북아 지역의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 오히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콜비 차관 발언을 두고 “미국이 전술핵을 배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치면서 대중·대북 견제를 하는 동시에 미국 핵우산 약속에 대한 한국의 의구심을 불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전술핵이 배치된다면 역내 핵 군비 경쟁의 도화선이 되고 북한 비핵화를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중·러의 핵·미사일 협력 강화와 한·일 내 핵무장론 확대 가능성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는 미국의 전술핵 옵션이 어떤 상황에서 한반도 방어에 적용되는지, 한국의 역할과 협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