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인(人)사이트 60] AI로 아이의 '사고 근육' 키우는 실전편
AI와 함께 만드는 ‘이어달리기 동화’
AI 때문에 생각하는 힘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AI로 생각하는 일이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
학부모 카페나 강연장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AI가 글도 써주고 정답도 찾아주는데, 이제 우리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부모의 걱정은 큰 반면 교실에는 이미 AI가 의미 있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도 경험해 보지 못한 AI 시대, 내 아이의 미래 걱정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AI 때문에 생각하는 힘이 줄어들지 않을까가 아니라,
AI로 생각하는 일을 더 재미있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라는 질문이다. 즉, 어떻게 창의적으로 쓰게 할 것인가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아이에게 AI는 두 가지 모습이 될 수 있다. 동전을 넣으면 숙제를 대신 만들어 주는 '정답 자판기'가 될 수도 있고, 내 생각을 자극하고 확장시키는 ‘지적 놀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가 AI를 생각을 주고받는 친구로 느끼도록 돕는 간단한 놀이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바로 AI와 함께 만드는 ‘이어달리기 동화’, 즉 문장 잇기 이야기 놀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아이와 AI가 번갈아 가며 한 문장씩 이야기를 이어 가는 것이다. 끝말 잇기가 아니라 문장 잇기다. 끝말 잇기는 단어 하나만 떠올리면 되지만 문장 잇기는 앞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 흐름을 이어 가는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생각의 연결과 상상이 필요해진다.
AI 제미나이가 글 내용에 어울리게 그려낸 이미지. (자료 = 뉴스버스)
예를 들어 아이가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
“우리 교실 창문 위에 참새 가족이 둥지를 틀었다. 친구들은 매일 아기 참새가 잘 있는지 살펴본다.”
그러면 AI가 이야기를 이어 간다.
“어느 날 아침, 아기 참새들이 창문 밖을 보며 짹짹 크게 떠들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에게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다시 아이의 차례다. 아이가 여기서 이야기를 예상 밖으로 튼다.
“그런데 둥지를 자세히 보니까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어. ‘참새 비밀회의는 학교가 텅 빈 저녁에 시작돼.’라고 쓰여 있었지.”
그러면 AI도 그 상상을 이어 간다.
“어두워진 교실에서 나를 발견한 아기 참새가 말했다. ‘인간 대표로 온 거지?' 회의에 참여하려면 먼저 벌레 쿠키를 먹어야 해.’”
이렇게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계속 흘러간다. 아이의 상상력과 AI의 반응이 서로를 밀어 올리며 엉뚱하고 재미있는 세계가 만들어진다. 아이는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 연결을 할까 생각을 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서사 근육
, 앞뒤 문장을 이어 붙이는
연결력
, 뻔한 전개를 비틀어 보는
창의성,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하는 즐거움
이 자라기 시작한다.
이 놀이를 할 때 부모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다. 이야기의 완성도를 따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문맥이 이상하다.” 이런 교정을 시작하는 순간 아이의 상상력은 금세 움츠러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엉뚱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 즉
생각의 근육
을 기르는 일이다.
이야기 잇기로 끝나는 건 아니다. 이어 AI와 나눈 동화 같은 대화를 출력한 뒤, 아이에게 “이 이야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보자”고 해본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그림으로 채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인 종이들을 묶으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이 탄생한다. '내가 AI와 함께 만든 첫 번째 동화책.’ 생각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기억, 그리고 자신의 상상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기억이 아이의 마음에 남는다.
한자 '생각 사(思)’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이 글자는 '밭 전(田)’ 아래에 ‘마음 심(心)’이 놓인 구조다. 옛사람들은 생각이 차가운 머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밭에서 자라는 것이라고 보았던 것 같다.
앞으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마음 밭'에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의 씨앗이 자라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더 생각하려는 자발성을 키우도록 AI와의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론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빼앗고 AI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한 기술의 흐름을 막기 어렵다면 AI라는 파도를 잘 타도록 가이드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 아닐까.
오늘 저녁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보자.
“우리 AI랑 같이 이야기 이어달리기 한번 해 볼까?”
그 한 문장이 아이 마음 밭에 떨어지는 작은 씨앗이 된다. 그리고 그 씨앗은 언젠가 부모도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숲으로 자라날지 모른다.
김희연
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과 유수 증권사의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통해 현자·석학들과 대화하며 차별화 전략·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 관련 저작권을 갖고 있다. 현재는 이 독창적 AI활용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 강의> 등을 하고, 뉴스버스에 'AI시대 인(人)사이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감지능시대>와 최근 출간된 <리더는 AI에게 질문하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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