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전경. 임성영 기자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의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전북 군산 AI 데이터센터에 직접 투자와 함께 PF 자금 조달을 주선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26일 한국투자증권은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 SGC에너지 등과 군산 지역 AI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날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투자협약을 맺고 연내 6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향후 단계적으로 호남권 최대 규모인 300M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사업 전담 법인(SPC)에 직접 투자하는 동시에 PF 자금 조달을 주선하는 재무적 투자자 겸 금융주관사로 참여한다. SGC에너지가 보유한 부지에 모듈 형태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1단계 60MW 사업에 필요한 테넌트(입주기업)는 100% 확보한 상태다.
데이터센터는 최근 부동산 PF 업계에서 주거·상업용 부동산을 이을 새로운 먹거리로 꼽힌다. 2022년께부터 관련 사업이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해 2024~2025년을 거치며 실제 금융조달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업 규모가 크다는 점도 증권사들이 데이터센터 PF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50MW급 데이터센터의 경우 PF 규모가 7000억~8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증권사가 단순 금융주선에 그치지 않고 에쿼티와 후순위 투자까지 참여하면 주선 수수료와 투자수익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신규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한 부동산 PF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건당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부동산 PF 업계에서 차기 먹거리로 보고 있다”며 “다만 전문 인력이 많지 않고 사업 구조도 복잡해 실제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분야”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비교적 일찍 데이터센터 PF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1년 이후 누적 주선 규모는 약 2조9000억원으로 회사 측이 집계한 국내 데이터센터 PF 시장의 약 27%에 달한다. 전통적인 주거·상업용 부동산을 넘어 데이터센터 등 뉴이코노미 인프라로 PF 영역을 넓혀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PF가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데이터센터 분야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며 “이번 사업 역시 사업성과 수익성을 충분히 검토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력·테넌트·운영사 확보가 사업 성패 좌우
다만 데이터센터가 차기 PF 먹거리로 주목받는다고 해서 모든 사업이 실제 금융조달과 착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는 것을 가장 큰 관문으로 꼽는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냉각설비 등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데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만큼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다들 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 사업이 가능한 땅 자체가 많지 않고 무엇보다 전력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과 실제 사업이 실현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테넌트와 전문 운영사(오퍼레이터) 확보도 금융 성사의 주요 조건이다.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공급해야 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뿐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사용할 임차 수요와 시설을 관리·유지할 오퍼레이터의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에서 자체 데이터센터를 장기간 운영해온 네이버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 확대에 나선 것도 업계가 주목하는 변화다.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과 신용도를 갖춘 대형 사업자가 오퍼레이터로 참여할 경우 PF 금융조달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규모가 큰 만큼 테넌트와 전문 오퍼레이터를 확보하고 책임임차(마스터리스)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내에서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해온 경험이 많은 사업자가 오퍼레이터로 참여하면 금융을 일으키기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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