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지금 아기랑 같이 있습니다. 앞으로 진짜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연기하겠습니다.”
배우 김민희의 입에서 나온 ‘아기’라는 단어 하나가 스위스 로카르노를 넘어 대한민국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불륜 관계를 인정한 지 약 10년, 지난해 4월 극비리에 출산한 아들의 존재를 전 세계 영화인들 앞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두 사람이 현실적으로 직면한 가혹하고도 복잡한 법적 딜레마가 도사리고 있다.
“수유하고 이유식 만들며 촬영”…로카르노 3관왕 휩쓴 ‘어머니’ 김민희
제79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는 온전히 홍상수와 김민희의 무대였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눈 둘 데가 없네’로 최우수 연기상을 거머쥔 김민희는 이탈리아 국민 배우 모니카 벨루치와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24년 ‘수유천’에 이은 두 번째 로카르노 최우수 연기상 수상이다. 이로써 해당 영화는 연출상(홍상수), 최우수 연기상(김민희),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까지 차지하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대중의 이목은 트로피보다 김민희의 수상 소감에 쏠렸다. 김민희는 무대에 올라 “영화를 찍는 중에도 아기와 같이 촬영장에 갔고, 수유도 해야 하고 이유식도 만들어야 해서 정말 바쁘게 준비했다”며 육아와 촬영을 병행한 출산 후 첫 복귀작의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불륜의 아이콘에서 한 아이의 ‘어머니’로 대중 앞에 당당히 선 순간이었다.
좁혀지지 않는 법적 장벽…아들은 ‘혼인 외 출생자’, 핵심은 홍상수의 ‘인지’
두 사람은 1살 된 아들을 품에 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대한민국 법률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장 큰 걸림돌은 홍상수 감독이 여전히 법적으로 ‘유부남’이라는 사실이다.
홍 감독은 1985년 미국 유학 시절 만난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딸 한 명을 두고 있다. 2016년 김민희와의 스캔들이 터진 후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가정법원은 2019년 혼인 파탄의 귀책사유가 홍 감독에게 있다는 ‘유책주의’를 들어 청구를 기각했다.
이로 인해 김민희가 낳은 아들은 법적으로 ‘혼인 외 출생자’(혼외자) 신분이 된다. 양나래 이혼 전문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김민희가 미혼모 신분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는 있으나 홍 감독과의 법률상 부자(父子)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생부인 홍 감독이 아이를 자신의 핏줄로 인정하는 ‘인지’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상속권의 역설…‘혼외자 아들’은 상속 1순위, ‘사실혼’ 김민희는 0원
가장 치열한 법적 쟁점은 단연 막대한 자산의 향방을 결정할 상속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는 상속을 받을 수 있고, 김민희는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홍 감독이 인지 절차를 통해 아들을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린다면, 이 아들은 기존 본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과 완전히 동등한 직계비속으로서 법정상속인의 지위를 얻게 된다. 혼외자라는 이유로 상속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1:1 비율로 동등하게 재산을 분할받을 권리가 생긴다.
반면 김민희의 상황은 냉혹하다. 김민희는 법률상 배우자가 아닌 사실혼 관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법이 규정하는 배우자 상속권(직계비속 상속분의 1.5배 가산)을 전혀 주장할 수 없다. 만약 홍 감독에게 유고가 발생할 경우, 재산은 법률상 아내와 친딸, 그리고 김민희가 낳은 아들에게만 상속되며, 김민희는 철저히 배제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10년 전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충격적인 고백과 함께 시작된 두 사람의 질주는 이제 한 생명의 탄생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당당하게 가족의 탄생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법의 잣대 앞에서는 얽히고설킨 족쇄를 풀지 못한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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