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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본업 돌아가는 피겨왕자

‘피겨 왕자’ 차준환(25)이 스케이트 끈을 풀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다.

차준환이 선수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연예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사진은 지난 2월 동계올림픽 당시 모습. [뉴시스]

‘피겨 왕자’ 차준환(25)이 스케이트 끈을 풀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다.

올 시즌 국가대표를 포함해 선수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한지 이틀 만인 지난 14일, 시트콤 ‘궁전랜드’ 주연으로 낙점됐다. 놀이공원 신입 아르바이트생 역을 맡아 코믹 연기에 도전한다. 앞서 4월 배우 차은우가 속한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8월 아이스쇼 주인공을 맡은 데 이어 연예계 행보를 본격화했다.

일본 언론도 “밤에 날아든 피겨계 큰 충격”이라며 놀라워했다. 한 시즌 숨을 고른 뒤 은반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나이와 고질적인 부상을 감안하면 사실상 은퇴 수순 쪽에 무게가 좀 더 실린다. 분명한 건 그가 오래 전부터 그려온 인생의 또 다른 무대로 성큼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사실이다.

차준환은 불모지였던 한국 남자피겨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2023년 세계선수권 은메달, 2025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지난 2월 세 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발목 통증과 판정 논란 속에 오른 4위까지. 그의 피겨 여정은 매순간 드라마였다.

그의 연기 도전은 ‘외도’라기보다는 ‘귀향’에 가깝다. 광고모델(초코파이 등)과 아역배우(돌아온 일지매 등) 출신으로 연기 폭을 넓히고자 피겨를 시작했다가 재능을 보여 선수가 된 케이스다. 대중의 시선이 호의적인 이유다.

2009년 TV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출연한 당시 8살의 차준환(왼쪽). [사진 유튜브 캡처]

아이돌 외모에 댄스 실력도 수준급이라 ‘K-팝이 놓친 태릉의 인재’라 불렸던 차준환은 지난해 “아역 배우에서 전향해 못다한 꿈이 있다. 은퇴 후 기회가 된다면 배우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은퇴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용기를 갖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스포츠와 연기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경기장과 무대라는 한정된 시공간에서 육체와 감정을 통제해 관객에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점에서 닮아있다. 스포츠에서 배우로 전향해 성공한 원조 격은 1920~30년대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소냐 헤니다. 그는 20세기 폭스사와 계약해 할리우드에 입성해 은막 스타로 변신했다. 영국 다이빙 국가대표로 10여년간 활동한 제이슨 스타뎀은 영화 ‘메가로돈’에서 초거대 상어에 맞서는 수중 액션 연기를 펼쳤다. 링 위의 연기가 요구되는 프로레슬링 WWE 출신 드웨인 존슨과 존 시나, 데이브 바티스타는 관중들을 쥐락펴락했던 쇼맨십과 마초 이미지를 바탕으로 흥행 배우가 됐다.

운동선수 출신 배우들은 고도로 훈련된 신체 감각으로 카메라 앵글 속 복잡한 동선과 액션의 합을 맞추는데 탁월하다. 수만 관중의 함성과 야유를 온몸으로 받아낸 덕분에 무대공포증도 없다. 오랜 선수생활로 쌓은 대중적 인지도와 개인 서사는 신인 배우가 가질 수 없는 강력한 프리미엄이다.

물론 이름값만 등에 업고 할리우드로 직행했던 미국프로풋볼(NFL) 출신 브라이언 보스워스와 미국프로농구(NBA) 샤킬 오닐은 과장된 액션과 투박한 대사 전달의 한계를 절감하며 흥행에 고전했다.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도 ‘록키 3’ 조연으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주연작들은 줄줄이 실패했다.

반면 NFL 선수 출신 칼 웨더스는 대학 시절 전공한 연극학을 바탕으로 영화 ‘록키’의 라이벌역을 위해 무함마드 알리의 경기를 돌려봤고, 훗날 에미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남디 아소무아는 NFL 선수 출신이라는 편견과 배역의 한계에 부딪히자 직접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차준환이 17년간 몰두해온 피겨스케이팅은 선율에 맞춰 미세한 손끝 떨림과 시선 처리로 서사를 완성하는 무언극이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4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전세계인을 매혹시켰던 그가 펼칠 대사를 읊는 드라마 2막에 팬들의 가슴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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