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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병원 전전하다 키우는 통증···전문의 구별 안 돼 치료 시기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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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전전하다 키우는 통증···전문의 구별 안 돼 치료 시기 놓친다

통증 전문의 구별 기준 모호

비전문의 진료로 시기 놓쳐

학회 인증 전문의 1000명

통증 분과 인증제 확산 필요

통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만성화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전문성 기준 없이 진료가 이뤄지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잦다. 통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진을 구별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예방 가능한 난치성 통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챗GPT

통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만성화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전문성 기준 없이 진료가 이뤄지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잦다. 통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료진을 구별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예방 가능한 난치성 통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통증은 마취통증의학과뿐 아니라 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함께 다루는 영역이다. 이 과정에서 ‘통증’이라는 표현이 폭넓게 사용되면서 전문의 여부와 관계없이 유사한 진료가 이뤄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신경차단술 등 통증 시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 인력 기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간판만으론 통증 전문 구별 힘들어

문제는 환자가 의료진의 전문성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비전문의도 ‘통증’이라는 표현을 간판이나 진료과목에 사용할 수 있어 환자가 적절한 의료기관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다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발생한다.

신진우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대한통증학회장)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통증은 전문적인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하는 진료 영역”이라며 “현재는 다양한 의료기관이 통증을 표방하면서 전문적으로 통증을 다루는 의료진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구분되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통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양상이 복잡한 경우에는 반드시 통증 분야에 대한 전문 수련과 경험을 갖춘 의료진의 진단을 거쳐야 조기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며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진료가 이뤄질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대한통증학회는 1996년부터 통증 분과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인증은 일정 기간 통증 분야에 집중한 수련·시험·논문·학회 교육 이수 등을 거쳐 부여된다. 이후에도 학회 평점 이수와 함께 5년마다 재교육과 갱신 기준을 충족해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인증을 유지하는 의료진은 약 1000명 수준이다.

신 교수는 “실제 통증 분야를 공부하고 인증을 취득한 의료진은 2000명 안팎이지만 재교육과 평점 기준을 충족해 자격을 유지하는 인원은 1000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국가에서 운영하는 제도가 아님에도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자격을 박탈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공인 분과 전문의 인정 제자리

문제는 이러한 인증 제도가 국가 차원의 공식 분과 전문의 제도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의료계에서 운영되는 분과 전문의 제도는 특정 분야에 대해 대한의학회 등 공식 기구가 전문성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가 진료 기준과 보상 체계를 차등 적용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내과 내에서도 호흡기·소화기 등 분과 전문의가 별도로 인정되며 해당 전문의가 진료할 경우 수가 등 제도적 유인이 반영된다.

신 교수는 “분과 전문의 제도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환자가 해당 전문가를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구조”라며 “전문 인력에게는 보상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의료 체계가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증 분야는 여러 진료과에서 함께 다룬다는 이유로 이러한 분과 전문의 제도 도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신 교수는 “통증은 정형외과·신경외과 등 사실상 모든 임상과에서 다루는 보편적인 증상이기에 진료 영역이 겹친다는 이유로 반대가 발생했고 결국 국가 차원의 전문의 인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통증 분야는 분과 인증을 받지 않아도 진료에 별다른 제약이나 불이익이 없는 구조다.

환자 선택 돕는 학회 인증제 알려야

대한통증학회 홈페이지에서 통증 분과 인증의 현황과 명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통증학회 홈페이지 캡처

이에 따라 학회는 자체 인증 제도를 통해 전문 인력 기준을 유지하고 이를 환자 선택 기준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 교수는 “현재로서는 학회 인증제를 통해 전문성을 검증하고 이를 환자에게 알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환자가 인증 의료진을 알고 찾아가는 구조가 형성되면 전문 인력도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증 분과 인증 의료진은 대한통증학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환자들이 해당 정보를 인지하고 활용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우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우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통증을 전문적으로 보는 의료진인지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며 “일반 환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치료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통증 분과 인증 제도를 환자들이 알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치료 접근성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병성 통증이다. 미세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조기 치료를 놓치면 평생 난치성 통증으로 굳어질 위험이 크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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