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클래스 첫 전기차 모델 선보여
메르세데스-벤츠가 20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한 신형 '일렉트릭 C클래스'의 주행 모습. 벤츠의 스테디셀러인 C클래스의 첫 전기차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가 신차의 전 세계 최초 공개 행사인 ‘월드 프리미어’ 무대로 서울을 선택했다. 벤츠가 독일 본사나 대규모 모터쇼가 열리는 중국 등이 아닌 한국에서 신차를 처음 선보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20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서울 강남구 안다즈 호텔에서 자사 간판 중형 세단 C-클래스의 첫 전기차 모델인 ‘디 올-뉴 일렉트릭 C-클래스’를 공개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이사회 의장 겸 CEO를 포함해 요르그 부르저 최고기술책임자(CTO), 마티아스 가이젠 세일즈&고객 경험 총괄 등이 서울을 찾았고, 전 세계 글로벌 매체 80여 사 기자들이 동행했다.
이날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이사회 의장 겸 CEO는 "글로벌 5대 시장인 한국은 벤츠에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월드프리미어 무대 된 서울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뮌헨과 중국 상하이·베이징의 모터쇼를 월드 프리미어 현장으로 주로 활용해왔다. 이번에 서울을 낙점한 배경에는 한국 시장의 구매력과 배터리 공급망이라는 실리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은 중국, 미국, 독일, 영국에 이은 벤츠의 글로벌 5대 시장이다. 지난해 벤츠의 한국 시장 판매량은 6만8467대로, 인구 규모가 2.4배인 일본(5만857대)보다 35% 이상 많았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S-클래스나 마이바흐 같은 최상위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세계적으로 높다. 동시에 첨단 테크놀로지에도 민감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날 공개한 모델은 C-클래스의 전통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완충 한 번으로 최대 762㎞, 10분 충전으로 352㎞를 달릴 수 있다. 복잡한 교통 상황 속에서도 배터리 잔량, 주행 경로, 충전소 위치와 충전 속도 등을 계산하는 ‘일렉트릭 인텔리전스 내비게이션’과 이를 보기 좋게 구현하는 AR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도 장착했다. 벤츠 입장에서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시기에, 고가 모델을 안정적으로 소비해 줄 ‘테스트베드’이자 ‘캐시카우’로서 한국의 가치를 재확인한 셈이다.
달라진 서울의 글로벌 위상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서울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미디어 기자를 포함한 관계자들도 서울 출장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서울에 대해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고, 문화적 영향력과 첨단기술, 독보적 에너지를 갖춘 장소”라며 월드 프리미어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래픽=김현국
삼성SDI 배터리 계약도
단순히 차를 많이 파는 시장을 넘어, 전기차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서 한국의 지위가 격상된 점도 주효했다. 이날 벤츠는 삼성SDI와 다년간의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벤츠의 차세대 중소형 전기 SUV와 쿠페형 모델에 삼성SDI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된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벤츠는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는 총 25조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LFP 배터리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 등이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부터 중저가 모델에 장착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배터리를 넘어 한국과의 협력을 더 넓은 산업 분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행사엔 최주선 삼성SDI 사장 외에도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 류재철 LG전자 사장 등 LG 전장 계열사 사장단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이재환 티맵모빌리티 사장 등도 초청됐다. 올라 CEO는 지난해 방한 때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기업인들과 면담한 바 있다. 벤츠에게 한국은 배터리, 반도체,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동시에 수급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의미다. 요르그 메르세데스-벤츠 CTO는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과 핵심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 중”이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전동화 및 디지털화,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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