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독재에 반대하는 정치 활동을 하다 고문받은 이집트 난민 신청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취재 결과,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지난달 13일 이집트 난민 신청자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부의 항소 포기로 판결은 확정됐고 A씨는 추가 절차를 거쳐 난민 지위를 얻게 됐다.
A씨에 따르면 그는 2013년부터 이집트에서 군부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다가 2015년 체포됐다. 수감된 A씨는 허위자백을 강요받고 고문을 당했다. 석방된 뒤로도 A씨와 그의 가족들은 이집트 안보국의 감시와 협박을 받았다. A씨는 2017년 궐석 재판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체포를 피해 이집트를 떠나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왔다. A씨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고 있다”며 난민 신청을 했지만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구금과 고문을 받았다는 근거가 없다”며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조 판사는 “A씨가 진술하는 사실관계는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며 일시, 장소, 이름 등이 빠짐없이 특정돼 있어 설득력이 높다”고 밝혔다. A씨 측이 제출한 이집트 법원의 판결문, 산탄 탄환 크기 금속 이물질이 박힌 A씨 신체 엑스레이 사진, A씨 어머니가 A씨의 석방을 요구하며 올린 유튜브 동영상 등도 인정했다. 조 판사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객관적 자료의 취득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상적인 탄핵 사유만을 내세우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주장에 기초해 A씨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A씨를 대리한 이상현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추상적 탄핵 사유로만 난민 신청자의 진술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판결은 처음”이라며 “난민법은 정부에 난민의 유리한 사정을 잘 확인해 난민 인정을 해야 할 의무도 부여하는데, ‘가짜 난민’으로 낙인을 찍고 문제 제기만 하니 난민 심사 사건이 적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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