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생태계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수십 년간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국방 조달 시장에서 AI·드론·자율 시스템 분야 스타트업이 존재감을 키우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이들을 대변할 공식 창구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개별 기업이 각자도생으로 정부 문을 두드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생태계가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장 김재원·이하 코스포)은 국방 분야 인공지능 전환(AX)과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민간 협의체인 방위산업협의회를 공식 출범한다고 14일 밝혔다.
출범의 직접적인 계기는 정부 수요였다. 코스포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방산 혁신 기업 리스트 요청과 협조 요청이 잇따랐다. 개별 기업 단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논의를 한데 모아야 한다는 업계 공감대가 올해 초 형성됐고, 코스포가 2~3월 협의회 구성을 본격 논의해 이번 출범에 이르렀다.
협의회에는 딥메이즈AI·마키나락스·모프시스템즈·본에이아이·뷰런테크놀로지·솔트룩스·아쎄따·엘리스그룹·우주로테크·위우너스·위플로·익시드테크·씨드로닉스·요요인터렉티브·페블러스·프레리스쿠너·에스아이에이·트웰브랩스 등 18개 기업이 참여한다. AI·드론·자율주행·우주 등 첨단 기술 분야를 망라하는 구성이다.
협의회가 집중할 과제는 세 갈래다. 방산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과 국방 조달 체계 혁신을 위한 정책 제언이 첫 번째다. 방산 특화 투자 유치와 실증(PoC) 기회 창출이 두 번째,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 세 번째다. 기존 대기업 중심 생태계 안에서 스타트업이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잡으려면 조달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초대 공동 협의회장은 제조·국방 특화 피지컬 AI 기업 마키나락스의 윤성호 대표와 피지컬 AI 시스템 기업 본에이아이의 이도경 대표가 맡는다. 두 기업은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 및 관계 기관과의 공공 사업 경험을 축적해온 곳으로 업계에서 평가받고 있다.
방산 스타트업 생태계는 최근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빠르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드론·AI 전투체계·사이버보안 등 분야에서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기존 방산 기업의 역량을 앞서는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스라엘이 엘빗시스템즈 등 민간 방산 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긴밀히 연계해 기술 혁신을 이뤄낸 사례가 국내에서도 자주 거론된다.
코스포 관계자는 "방산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 등 유관 기관과의 체계적인 소통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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