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역사·문화 이어온 낙동강
후손에 생명의 강으로 돌려줘야
뜨거웠던 지방선거가 끝났다. 오는 7월, 세계의 시선이 부산으로 향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은 단순히 오래된 유적을 보존하는 제도가 아니다. 인류가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 국제사회의 엄숙한 약속이다. 그렇다면, 부산과 경남은 세계를 향해 어떤 미래 가치를 이야기할 것인가. 그 위대한 답은 바로 낙동강에 있다.
낙동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다. 백두대간에서 시작된 물길은 영남의 들녘을 적시고 남해로 흘러가기까지, 수천 년 동안 인간과 자연, 역사와 문화를 이어온 생명의 대동맥이었다. 그 길 위에는 1억 4000만 년의 기억을 품은 우포늪이 있고, 철기문화와 해상교역의 꽃을 피운 가야 문명이 있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들의 하늘길과 세계로 열린 도시 부산이 존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새로운 상상력이다.
창녕 우포늪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의 기억이자,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를 저장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지구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다. 미래 세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자연유산의 정수다. 또한, 낙동강은 가야 문명을 낳은 문화의 길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낙동강을 통해 사람과 물자, 사상이 흐르던 찬란한 고대 문명의 증거다.
그러나 낙동강의 이야기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겨울이면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국경과 행정구역을 넘어 우포늪과 창원 주남저수지, 김해 화포천을 거쳐 낙동강 하구로 찾아온다. 철새들에게 지구는 하나의 집이며, 그들이 지나가는 길은 곧 평화의 길이다. 인간은 갈등하며 선을 긋지만, 자연은 연대하며 공존을 선택한다. 우포늪에서 낙동강 하구에 이르는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생태 네트워크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는 이러한 생태문화적 비전을 세계에 제안할 역사적 기회다. 이제는 낙동강 하구를 개발 대상이 아니라 미래 자산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을숙도와 낙동강 하구, 우포늪, 주남저수지, 화포천과 가야문화권을 연결하는 거대한 ‘생태문화벨트’를 상상해야 할 때다.
부산과 경남이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특히 낙동강의 가장 큰 숙제인 녹조 문제 해결은 양 시·도의 협력과 연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강은 흘러야 스스로 정화된다. 이제 이념적 논쟁을 넘어 과학적 검증과 사회적 합의로 강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 보 개방과 홍수터 복원을 통해 강이 자연스럽게 숨 쉬게 되면, 녹조가 사라진 강변을 중심으로 친환경 농업이 확대되고 브랜드 가치도 극대화될 것이다.
우포늪의 생명사, 가야의 역사유산, 하구의 철새도래지를 연결하는 생태관광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청사진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우포늪에서 시작해 가야고분군을 지나 낙동강 하구와 부산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생명평화벨트’를 선언하자. 이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생명의 길’, 강의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을 잇는 ‘문화의 길’, 지역과 사람이 협력하는 ‘평화의 길’이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남겨야 할 것은 더 많은 콘크리트 빌딩이 아니다. 깨끗하게 흐르는 강과 건강한 습지, 그리고 풍요로운 생명의 다양성이다. 1억 4000만 년 전 공룡이 걸었던 땅이자 가야인들이 배를 띄웠던 낙동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살리는 일, 그것이 세계유산위원회가 던진 질문에 대한 우리의 가장 명확한 답이 될 것이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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