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하이브 방시혁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설명한 뒤 지분을 확보하고, 상장 이후 약 19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다.
수사는 1년 반 가까이 이어졌고, 압수수색과 출국금지까지 이뤄진 끝에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다.
물론 법적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책임 역시 분명히 따라야 한다.
다만 지금 우리는 단순히 한 개인의 위법 가능성을 다루고 있는 것인지, K-팝의 글로벌 확장은 물론 이를 이끌어온 핵심 기업의 앞길까지 가로막고 있는 것인지 질문해 봐야 한다.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을 통해 K-팝을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킨 인물이다.
하이브 역시 단순한 연예 기획사를 넘어 IP와 플랫폼, 제작 시스템을 결합한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이브가 K-팝의 해외 확장을 주도해온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 사건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그간 하이브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 시장 점유율만을 기준으로 삼은 '독점' 이슈에 집중돼 왔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년간 K-팝 시장 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하이브를 향해 억지에 가까운 독점 및 독과점 프레임을 씌워온게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심리적 배경으로 인해 방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다른 사건보다 가혹할만큼 더 엄격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워 보인다.
수사 자체는 과거 상장 시점(2019~2020년)의 혐의를 다루지만,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은 하이브가 SM 인수를 시도하며 독점적 지배력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했던 때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기준에서 보면 이러한 하이브의 독점·독과점이라는 해석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하이브의 경쟁 상대는 국내 기획사가 아니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 소니 뮤직, 워너 뮤직 등 글로벌 메이저 레이블이 실제 경쟁 상대다. 이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K-팝 점유율은 여전히 한자릿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상황에서 핵심은 점유율 규제가 아니라 규모다. 글로벌 시장에서 협상력을 확보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체급이 필요하다.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국내 점유율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 이유와도 같다. 반도체 역시 엔비디아와의 경쟁 구도에서 이해된다.
그런데 유독 콘텐츠 산업은 국내 기준으로만 과도한 독점, 독과점 잣대를 들이댄다. 이 기준으로는 글로벌 경쟁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방 의장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상장 당시 관련 법률과 규정을 준수했다"는 입장과 함께, 해당 수익 역시 상장 실패 시 주식을 넘겨야 하는 '풋옵션 리스크'를 감수한 데 따른 대가라는 주장이다. 기존 투자자들도 수익을 실현한 만큼 사기 구조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도 제시하고 있다.
방 의장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 따라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다만 이 사건 수사 자체가 하이브의 독점적 지배력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했던 때와 맞물린 시기에 시작됐다는 점에서 방 의장 측 주장도 중분히 감안하여 판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번 사안은 국제 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주한미국대사관은 방 의장의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했다. BTS의 미국 월드투어와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 필요성이 이유로 제시됐다.
그러나 경찰은 출국 협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장면은 이번 사건을 놓고 산업은 물론 국가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있어 하이브와 방 의장의 산업적 가치에 대한 평가 역시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
현재 음악 산업은 플랫폼과 유통 구조까지 통합된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는 '위버스'를 통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수익 구조와 유통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구조가 흔들릴 경우 한국 아티스트의 글로벌 활동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이브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대표급 기업이다. 그러한 하이브를 일뤄낸 주인공이 방시혁 의장이다. 법원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데 있어 간과하지 말아야할 중요한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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