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일기’ 완간 후 ‘펫로스 클럽’ 연재 이어가는 정우열 작가
정우열 작가와 그의 반려견 풋코. 본인 제공
‘풋코’ 떠날 때까지의 기록 완성
“먼 길 걸어 목적지 도착한 기분”
다시는 키우지 않으려 했지만
다시 떠돌이개 임시보호 시작
다시 붓을 잡고 이별 이후 고민
정우열 작가의 반려견 풋코는 나이가 들면서 하루하루 달라졌다. 팽팽히 당기던 산책 줄은 느슨해졌고, 어느새 반려인보다 뒤처지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식탐을 부리는 일이 없어 밥을 남기는 날이 늘었다. 어느 날에는 앞이 잘 안 보이는지 벽에 부딪혔고, 또 시간이 지나자 잘 걷지 못했다. 함께하는 인간은 풋코의 걸음에 맞춰 속도를 늦추고, 사료를 바꾸고, 풋코의 생활을 돕는 물건들을 하나둘 들였다. 그렇게 추억은 늘어났고, 이별도 조금씩 가까워졌다.
노견 풋코와의 일상을 담은 만화 <노견일기>가 지난달 13권으로 완간 발매됐다. 만화는 인스타그램 계정 ‘올드독’을 통해 2023년 완결됐지만, 단행본은 2022년 6권을 끝으로 출간이 멈췄다. 그러던 지난해 크라우드펀딩이 성공하며 7~13권이 한꺼번에 출판될 수 있었다. 정 작가는 “실제 책을 받았을 때는 아주 먼 길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정 작가와 지난달 29일 서면으로 만났다.
<노견일기>는 열다섯 살이 된 풋코의 이야기로 시작해 스무 살 풋코가 세상을 떠나며 마무리됐다. 정 작가는 “연재를 시작했을 무렵 풋코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화는 완만한 곡선이 아닌 계단식으로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풋코의 노화는 정 작가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의미, 우정의 가치, 그리고 사랑이 가진 무게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 됐다. 정 작가는 “후반부 만화에는 그에 대한 저 나름의 대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노견일기>의 한 장면. 반려견 풋코를 떠나보낸 작가의 말. 동그람이 제공
이번에 발간된 7권부터는 풋코의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 담겼다. 정 작가는 “책을 만들며 많이 울었다”며 “뒷부분으로 갈수록 풋코가 늙고 병들어가는 과정, 간병하며 힘들었던 기억이 담겨 있어 들여다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노견일기>는 노견을 키우는 반려인들과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는 상실감인 ‘펫로스’를 경험한 독자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사랑에는 이별이 뒤따르고, 그걸 견뎌내려면 친구와 이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노견일기> 연재 이후 2년간 휴식기를 가진 뒤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 <펫로스 클럽>을 연재하게 됐다. 임시보호를 하며 만난 강아지들의 이야기와 프리다이빙 강사인 자신의 경험을 엮어 펫로스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정 작가는 “<노견일기>에서는 사랑하는 존재와 어떻게 잘 이별할 것인가를 모색했다면 <펫로스 클럽>은 이별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그들(반려동물)에게 배운 사랑을 어떻게 가꾸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말했다.
풋코를 떠나보낸 뒤 그는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지막 이별의 과정이 그만큼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떠돌이 개를 두고 볼 수는 없어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펫로스 클럽>에선 그가 주변 이웃들과 만든 떠돌이 개 돌봄 공동체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그는 반려동물이 남긴 사랑은 또 다른 생명을 돌보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반려 동식물로부터 배운 것을 품고 집 밖으로 나와, 뿌리고 나눌 때 행복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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