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진=미쓰비시케미칼)
이란 사태 장기화로 원유 가격 인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도 영향권에 들어왔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호석유화학과 일본 미쓰비시케미칼 등이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비와 관련 부품에 쓰이는 플라스틱은 원가 비중의 10~20%를 차지한다. 인상률은 제품에 따라 최저 5%, 최대 20% 수준이다. 원재료 가격이 높을수록 인상률은 낮게 책정됐다. 플라스틱 공급가는 1 kg당 100달러에서 5만달러 수준으로 가격 폭이 매우 넓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열과 충격에 강한 특성을 갖추면서도 기존 금속 제품 대비 20~30% 경량화가 가능하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정밀 가공 작업에 주로 쓰인다. 예컨대 화학 기계 연마(CMP) 작업에서 캐리어 웨이퍼를 떼어내는 공정은 연마제로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금속을 사용하면 파티클(이물질)이 발생해 수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부품의 가격은 개당 약 500만원이며, 원가에서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가격 인상분은 장비 기업이 우선 부담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므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비 내 플라스틱 사용 비중이 낮은 기업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격이 군사 충돌 전후로 많게는 두 배 이상 오른 만큼, 미쓰비시케미칼 외 다른 업체의 플라스틱 공급 가격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재 기업은 원료 기업과 보통 5~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대부분의 계약은 이란 사태 이전에 이뤄졌으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고려해 인상분을 고객사와 분담하는 추세다.
소재 업계 관계자는 "원유 공급 기업들이 중동 전쟁으로 선박 보험비와 원유 가격 등이 치솟자 부담을 함께 나누자고 요청하고 있다"며 "현재는 과거와 달리 공급자 우위 시장이기에 원료를 수급하는 입장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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