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戰 이후 극심한 변동성
뉴욕증시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인한 유가 상승 압력과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의 실적 기대가 맞물리며 치열한 ‘시소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부각될 때마다 지수가 반등하지만, 전쟁 상황에 따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상승분을 곧바로 반납하는 흐름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코스피는 반도체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5% 넘게 급등하며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하는 듯했지만, 이어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19일에는 2.73% 떨어졌다.
보름간의 ‘시소 게임’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국내 증시는 대외 악재와 내부 호재가 충돌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과 4일 이틀 동안 코스피는 전쟁 충격으로 인해 18% 넘게 폭락했는데, 5일에는 돌연 9.6% 급반등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접촉설이 흘러나오고,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다. 이어 10일(5.35%)과 11일(1.4%)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 기대 등으로 상승하며 56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전쟁 상황이 악화하고 유가가 오르면 여지없이 상승분을 반납했다. 지난 17일에는 전날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발(發) 호재로 인해 장중 5717.13까지 오르며 기세를 올렸으나, 오후 2시 넘어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의 드론 피격 소식에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97달러까지 치솟자 곧바로 크게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이날 장중 100만원을 돌파했던 SK하이닉스는 결국 전일 대비 0.41% 하락한 9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18일 증시는 그간 이어진 시소 게임을 끝내고 상승 쪽으로 무게추를 확실히 옮기는 것처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각각 7.53%, 8.87%씩 오르며 20만9500원과 105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20만원, SK하이닉스가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전쟁이 터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상승 역시 미국 마이크론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신고가(461.69달러)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황 전반에 호재가 쌓인 점이 작용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도 5900선을 넘어서며 6000선 탈환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다음 날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의 천연가스 정제 시설 단지를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각각 배럴당 107.38달러, 96.32달러로 오르면서, 19일 코스피는 3% 가까이 하락하며 전날 상승세를 이어 가지 못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선임연구원은 “반도체·AI 관련 호재로 인한 투자 심리 개선과 중동 악재 사이에서 시장이 시소 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 장기 우상향 가능성”
다만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시장이 AI와 반도체 관련 호재에 비교적 강하게 반응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단기 충격보다는 경제의 기초 체력과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둔화 우려보다 소비 회복과 기술 산업 성장에 따른 긍정적 요인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조재완 체슬리투자자문 팀장은 “주식 시장은 미래를 선반영하는 특성이 있어 과거에도 전쟁이 끝나기 전 반등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전쟁은 결국 종결되지만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은 지속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단기 충격보다 전쟁 이후의 회복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최근 코스피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중장기 상승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지속될 경우 코스피 지수가 7500~8500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본시장 제도 개혁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고, 기업들이 이를 실제 경영에 반영하는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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