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클러스터 물 비상
하루 78만t 수요 전망
인프라 불확실성 확대
단계적 접근 요구 커져
4대강 보 해체·개방 추진으로 반도체 등 산업용수 공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챗gpt 생성
정부가 4대강 16개 보 처리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정치권과 산업계 긴장감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주요국이 보조금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반도체 경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산업용수 안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제조는 물로 시작해 물로 끝나는 대표적 물 집약 산업이다. 회로 선폭이 나노미터(㎚) 단위로 미세화될수록 불순물이 없는 초순수(UPW)의 대량 공급은 필수다. 웨이퍼 세정과 반복 공정 전반에서 첨단 라인 한 곳당 하루 수만t의 물이 사용되며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요구 수질과 수량 기준도 함께 높아진다. 안정적 용수 공급은 생산성 문제가 아니라 가동 자체를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이 같은 특성은 경기 남부에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30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본격 가동 시 하루 평균 78만t 이상의 용수를 필요로 하며 향후 증설이 이어질 경우 100만t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 처리 논의와 용수
문제는 정책 추진 시점이다. 보 해체 또는 상시 개방 등 수자원 재편이 진행될 경우 일부 수계에서 수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단체와 업계에서는 기존 수자원 인프라 축소가 가뭄 대응 여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곧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 남부와 연결된 수계 구조를 고려하면 한강 수계의 변화가 용인 클러스터 공업용수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환경부는 수질 개선과 생태 복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수량 변화와 산업 영향에 대한 정량 자료 공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 문제도 불거진다. 감사원은 과거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의 불합리성과 위원회 구성의 편향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재추진 과정에서도 과학적 근거와 절차적 타당성 확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충분한 검증 없이 정책 논의가 재점화된 배경에 '이명박 정부 치적 지우기'라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영산강 승촌보 /연합뉴스
글로벌 경쟁 속 변수
글로벌 경쟁국과의 격차도 대비된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 정책을 통해 보조금과 세제 혜택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인프라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역시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다. 물과 전력 같은 기반 인프라는 기업 투자 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국내에서는 인프라 불확실성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정적 용수 확보 여부가 중장기 투자 계획과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환경단체 등의 주장대로 여주보를 해체하거나 개방해 물을 흘려보내면 SK하이닉스 팹은 용수 부족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국가적 사업이 환경 논리에 밀려 표류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대체 수원 확보, 폐수 재이용, 광역 수계 연계 등 구체적 대안을 선행 검토하고, 수량 변화와 산업 영향에 대한 정량 데이터를 공개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환경 개선과 산업 경쟁력 확보는 모두 중요한 정책 목표다. 다만 두 목표가 충돌할 경우 정책 설계의 정밀도와 실행 순서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기반 인프라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순수(UPW)=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극도로 정제된 물로, 불순물을 거의 제거한 상태여서 미세 공정에서 회로 오염을 방지하는 핵심 요소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