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입학생 2500명 역대 최대
일반대보다 높은 전문대 취업률
하이닉스 생산직 성과급 기대↑
대졸 숨기는 ‘역학력’ 지원까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의 내용을 재구성한 AI 합성 이미지다. /챗GPT 생성
반도체 산업 호황과 고보상 기대가 맞물리면서 취업 시장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학 간판보다 실무 역량과 보상을 중시해 4년제 대학을 떠나 전문대로 재입학하는 ‘유턴 입학’이 늘고 특정 기업 채용에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19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문대 유턴 입학생은 25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1769명과 비교해 41.3% 증가한 수치다. 이론 중심 교육보다 현장 실무 역량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취업률에서도 이 같은 차이가 확인된다. 2024년 기준 전문대 취업률은 72.1%로 일반대학(62.8%)보다 9.3%포인트 높다. 최근 5년 사이 격차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산업체 역시 전문대 출신 인력의 현장 적응력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졸 간판 버리고 실속 택하나
거세진 '하닉고시' 채용 열풍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기업 채용 시장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SK하이닉스 생산직 공개채용이 시작되면서 지원 열기가 급격히 확산했고 일부 지원자 사이에서는 학력을 낮춰 지원 가능 여부를 따지는 ‘역학력’ 고민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는 “4년제 학위를 숨기고 고졸로 지원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전문대 학위만 제출해 지원 가능 여부를 묻는 사례도 잇따랐다. 지원 자격이 고등학교 또는 전문대 졸업자로 제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존 직장인도 유입되고 있다. 조선업·완성차 업계 종사자들이 이직을 준비하며 지원 조건을 검토하는 등 ‘중고신입’ 유입이 증가했다. 취업 컨설턴트 사이에서는 “이번처럼 자기소개서 첨삭 요청이 몰린 적은 처음”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하닉고시’로 부르고 있다.
배경에는 보상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증권가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198조원)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임직원 1인당 평균 약 5억6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시장에 확산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업황 변동성이 큰 만큼 외부에서 제시되는 성과급 규모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보상 체계가 취업 선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SK하이닉스 취업 연계 반도체 학과 지원자도 급증했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지원자는 2024학년도 423명에서 2026학년도 1289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서강대와 고려대 관련 학과 지원자도 각각 11%, 34% 증가했다.
교육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취업 준비 업체들은 SK하이닉스 대비 강의를 잇따라 개설했다. 자기소개서와 필기·면접을 준비하는 단기 강좌가 10일 과정 9만원, 90일 과정 15만9000원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SKCT 대비 교재는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문대 역시 산업 변화에 맞춰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현장 문제 해결 중심의 실무형 인재 양성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정부도 전문대 혁신지원사업(5617억원)과 AI·디지털 전환 지원사업(240억원)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취업 트렌드를 넘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학력과 대학 서열이 취업의 핵심 기준이었다면 현재는 실무 역량과 보상 수준이 선택을 좌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호황을 계기로 형성된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취업 시장과 교육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CT= SK그룹 종합역량검사(SK Competency Test)의 약자로 지원자의 직무 수행 능력과 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채용 필기시험이다. 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입사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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