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혜 칭화대 집적회로학원 교수]
입지 선정 등 기업에 맡기는 게 효율적
韓 투자·사업 추진에 악영향 미칠 수도
중국 정부가 일관된 지원책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사업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해외 석학이 조언했다. 최근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워 투자나 사업 추진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백은혜(
사진
) 중국 칭화대 집적회로학원 교수는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전력이나 용수 등의 인프라가 필수인데 관련 정책적 논쟁이 길어지면 (기업의) 투자 속도나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은 기업 경쟁력이 강점인데 불확실성이 커지면 글로벌 경쟁에 빠르게 대처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일부 팹을 새만금 등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을 펼쳐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커진 바 있다. 백 교수는 “입지 선정이나 투자 판단 등은 기업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 제도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일관된 지원책을 펼치는 중국 정부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백 교수는 “중국은 정부 주도 투자와 장기적인 정책의 일관성으로 반도체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며 “연구개발(R&D), 제조, 세제, 보조금을 결합한 정책을 지속하며 최근에는 전 기술 스택의 자립화를 더욱 전면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초기 기술 채택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시행착오를 손실로 보기보다는 장기적인 기술 역량 축적을 위한 투자로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중국이 물량·내수·보조금을 결합해 성숙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반도체, 전력, 센서, 산업용 칩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국의 수익 구조에 영향을 줘 R&D 투자 역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중국이 한국과 달리 시스템반도체, 특히 AI 칩 분야에서 자립 성과를 속속 거두는 데 따른 위기감에도 공감했다. 백 교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화웨이나 알리바바·바이두 같은 기업은 오랫동안 클라우드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운영하며 시스템 설계 경험을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메모리 중심의 산업구조 속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대학 차원의 체계적인 시스템반도체 교육이 제한적”이라며 “중국에서는 시스템반도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소자와 회로 연구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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