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의원(사진=연합뉴스)
검찰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증축사업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지 하루 만에 법무부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수사권을 잃게 될 검찰이 수백억원을 들여 과학수사 시설부터 확충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박 의원의 문제 제기가 나오자 법무부가 사업의 필요성과 향후 조직 개편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사권 없는 검찰의 574억 신축청사 알박기 멈춰야 한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지방조달청이 오는 8일 NDFC 증축공사 입찰 개찰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검찰 조직과 과학수사 시스템을 잘 아는 검사 출신 정치인이 수백억원 규모의 사업에 직접 제동을 걸면서 논란은 단순한 청사 증축 문제를 넘어섰다. 검찰 수사권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기존 검찰의 수사 인프라를 어디까지 유지할 것이냐는 문제로 확산된 것이다.
법무부는 5일 NDFC 증축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08년 준공된 기존 건물의 노후화와 감정 인력·장비의 포화, 안전성 등을 고려해 2021년부터 추진돼 왔다. 그러나 당시에는 수사·기소 분리와 정부기관 세종 이전 등 현재 추진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기존 일정에 따라 진행돼 왔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중대범죄 현장 과학수사 기능이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가고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에 따른 조직·인력 개편이 예정된 만큼 사업을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의 문제 제기가 정확히 이 지점을 겨냥했다.
박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기존 검찰의 과학수사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시설까지 확충하는 것은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여권 일각에서도 대검 과학수사 기능을 경찰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수청 등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검찰 내부와 일부 법조계에서는 수사권이 없더라도 공소제기와 재판에서 증거를 검증하려면 독립적인 감정·분석 역량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NDFC는 DNA와 문서·영상 분석, 디지털 포렌식 등 수사와 재판에 필요한 과학적 증거를 다뤄온 핵심 시설이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500억원이 넘는 건물 하나를 지을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의 수사 기능을 대폭 떼어내는 형사사법체계 개편 속에서 기존 검찰이 축적해온 과학수사 조직과 시설을 어디에 둘 것인지, 그리고 국민 세금으로 추진되는 대형 사업을 새로운 수사체계에 맞춰 계속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그 논쟁의 한가운데서 검찰 출신 박은정 의원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 법무부가 곧바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박 의원의 한마디가 수백억원 규모의 검찰 인프라 사업을 다시 원점에서 들여다보게 만든 셈이다.
이제 공은 법무부로 넘어갔다. 이미 추진된 사업을 단순히 멈추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서 과학수사 기능을 어디에 배치하고 기존 시설과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김대성 기자(kdsung@dt.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