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신 8걸(科创八杰)’을 아시나요?(2)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선두기업, 푸리에 로보틱스
지난 칼럼(84회)에서는 상하이 과학혁신 8걸 중 4개 기업의 면면을 소개한 바 있다. 다섯 번째 기업은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푸리에 로보틱스(Fourier-Robotics, )’이다. 2015년 창업 이후 중국 재활 로봇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샤오미의 사이버원(CyberOne), 유비테크의 워커(Walker)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3대 기업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2023년 11월 시진핑 주석이 상하이 장강 로봇밸리에 있는 푸리에 전시관을 직접 방문하면서 국내외적으로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푸리에 창업자인 꾸지에(顾捷)는 2003년 상하이교통대 기계과를 졸업한 후 자동화 테스트 장비, 반도체 생산장비, 가상 계측 소프트웨어의 제조사인 미국 내셔널 인스트루먼츠(NI)에서 10년 이상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 창업의 출발이었다.
회사 명칭인 푸리에는 프랑스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조제프 푸리에(Joseph Fourier)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푸리에 로보틱스의 초기 재활 로봇이 조제프 푸리에의 수학·물리학 이론적 배경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신호를 주파수 성분으로 분해하여 분석하는 수학적 방법론을 제시한 인물이 푸리에인데 그의 이름을 따서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이라고 부른다. 푸리에 변환은 AI 기반 로봇 제어에서 신호 처리, 이미지 분석, 궤적 생성 및 제어 시스템 설계 뿐만아니라 딥러닝 성능 향상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꾸지에는 창업 초기 푸리에 변환 기술을 응용하여 환자의 관절 움직임과 힘의 신호를 주파수 영역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재활 진행 상황 데이터를 활용해 첨단재활 로봇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전 세계 40개국 이상 2000곳이 넘는 기관에 푸리에 로보틱스 제품과 서비스가 사용되고 있다. 2018년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했고 같은 해 7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대학과 공동으로 재활 로봇 공동실험실도 설립했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 텍사스대학 오스틴 등 세계 20여 개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 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나아가, 엠비디아 및 스위스의 정밀모터기업인 맥슨 등 글로벌기업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확대와 휴머노이드 로봇사업 확장을 위한 벤처 투자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P7 벤처펀드, IDG캐피탈로부터 4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D 자금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2025년 1월에는 IPO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위한 시리즈 E 라운드 투자까지 유치하며 누적 투자 유치금액이 8억 위안(약 1770억 원)을 넘어섰다. 그만큼 푸리에 로보틱스의 향후 성장 가능성과 글로벌 확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튼튼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2024년 7월에는 사업영역 확장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재활 로봇사업을 담당하는 ‘푸리에 리해브(Fourier Rehab)’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개발 및 임바디드 AI 사업을 담당하는 ‘푸리에(Fourier)’로 분리하는 리브랜딩 사업 개편을 단행했다. 단순 재활기기 제조 기업을 넘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푸리에의 핵심 사업영역인 첨단재활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품 경쟁력과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뉴시스] 3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에서 중국기업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되어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
첫째, 중국 첨단재활치료 로봇의 절대 강자기업으로 성장했다.
꾸지에 대표는 중국 고령화의 심각성과 의료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점에 주목하면서 향후 재활 로봇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6년 뇌졸중 환자의 팔과 손·손목 보조 훈련을 돕는 1세대 상지 재활 운동로봇을 제작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7년 중국 최초로 하지 외골격 로봇인 ‘푸리에 X1’을 출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푸리에의 재활로봇 제품으로 하반신 마비나 보행 장애가 있는 환자가 일어서고 걷는 연습을 돕는 외골격 로봇인 엑소모투스(ExoMotus), 팔과 어깨 등 상체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히고 근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암모투스(ArmMotus)까지 출시하면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특히, 2023년 6월 출시한 가상현실(VR)과 로봇기술을 결합한 지능형 재활 플랫폼인 메타모투스 갈릴레오(MetaMotus™ Galileo)는 중국 최초의 생물역학과 재활의학, 운동과학 3개 영역을 융합한 최첨단 과학연구 및 재활 설비로 재활 의학 영역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첨단재활 치료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둘째, 휴머노이드 로봇기업으로의 사업 확장과 상용화 선두기업으로 성장했다.
푸리에는 재활 로봇 분야에서 쌓은 액추에이터, 제어 시스템, 보행 알고리즘 등 핵심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2년 1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인 GR-1을 공개했다. GR-1은 보행 속도 5km/h의 세계 최초의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노인 간병, 물리치료 보조, 재난 구호 등 다양한 분야에 특화되어 만들어졌다. 특히,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 대비 생체 공학적 디자인으로 극찬을 받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24년 9월에는 2세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인 GR-2를 출시했다. GR-2는 기존 1세대 제품대비 손 자유도가 12로 증가해 사람처럼 정교한 동작을 할 수 있고, 손에 6개의 촉각 센서와 동작 제어 알고리즘이 장착된 로봇이다. 상체의 동작 궤적, 관절 각도, 힘의 세기, 손가락 움직임, 촉각 정보 등 다차원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GR-2는 엉덩이, 발목 등 부위에 핵심 기술경쟁력인 7개의 차세대 FSA(Fourier Smart Actuator)를 이용해 무게를 줄이면서 최대 관절 토크를 30% 높인게 특징이다. 한편, 2025년 8월 출시된 GR-3는 푸리에 로보틱스의 최근 모델로 2026년 CES에서 공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케어봇(Care-bot)’ 이라는 이름처럼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는 반려 로봇으로 상용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GR-3은 부드러운 외장재를 사용해 유연한 피부 촉감으로 차가운 기계 이미지를 탈피함으로서 친근감을 더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신에 55개 자유도가 있고, 머리와 몸통에 31개의 터치 센서를 탑재했고, 배터리 수명도 3시간으로 늘어났다.
푸리에는 자체 핵심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구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방하는 오픈 소스 정책을 통해 상하이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상하이 과학혁신 8걸에 푸리에가 포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5년 4월 첫 번째 오픈 소스 휴머노이드 로봇인 ‘푸리에 N1’을 공개했다. 기본 구동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부품명세서, 하드웨어 설계도면, 조립 가이드의 전체 패키지를 공개하면서, 중국 다른 개발자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R&D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도 코드를 배포하고, 통신과 데이터 관련 기술도 제공하면서 푸리에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다음 회에 계속)
박승찬 |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듀크대학 교환교수(2012년)를 지냈고, 미주리주립대학에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2023년)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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