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미래 산업을 위한 세제와 보조금 혜택, 규제 혁신 등 종합 지원 방안을 총가동해야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치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4월 5일 국내 경제·경영학 교수와 채권시장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올해 한국의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1.92%로 2월의 2.01%에서 0.09%포인트 떨어졌다. 중동 전쟁 발(發) 유가 쇼크와 고환율, 시중금리 상승 등 복합 위기가 중첩되면서 정부가 내세운 2.0% 성장도 버거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응답자의 59%가 1,460원 이상을 예상했고 1,520원 이상을 전망한 대답도 12%에 달했다. 경제 성장률 1%대의 고착화(固着化)와 환율 1,500원대로 굳어지는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만 한다.
이를 방증(傍證)하듯 중동 전쟁 발 충격에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대에 머물 전망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지난 4월 6일(현지 시각) 발간한 ‘2026년 지역 경제전망(AER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1.9%로 예상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26일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월 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0원 오른 1,506.3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더 큰 우려는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한국 물가 전망치를 일제히 올리고 있다. 올해 2월 말 평균 2.0%에서 3월 말 2.4%로 0.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일부 기관은 2.6%까지 제시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은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로 2월의 2.0%에서 0.4%포인트 대폭 상향 조정했다. 정부 목표치인 2.1%를 웃도는 수치다. 2분기 또는 3분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혹여 만에 하나라도 반도체‘슈퍼사이클(Super-cycle │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현상)’에 따른 수출 호조를 이유로 정부가 장밋빛 경제 전망을 앞세우는 일은 삼가야만 한다. 지난 4월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한 861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일 평균 수출액도 37억 4,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올해 3월 수입은 7.5% 증가한 519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에너지 수입은 7.0% 감소했으나, 에너지 외 수입은 17.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수출액이 수입액을 웃돌면서 올해 3월 무역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210억 1,000만 달러 증가한 257억 4,000만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4분기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4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반도체 단일 업종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제’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결코 담보할 수 없다. 특히 3월 원유 도입 물량은 7,720만 배럴로 전년 대비 1.1%에 그쳐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에 따른 원유 수급 감소는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외환보유액이 전월보다 줄었다.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도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36억 5,649만 달러(당일 환율 기준 약 639조 원)로 전월보다 39억 6,846만 달러(0.9%)나 줄었다. 지난해 4월(-49억 8,713만 달러) 이후 11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6월부터 증가세를 유지하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바뀌었다. 이후 올해 2월 잠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줄어든 셈이다. 감소한 항목은 현금성 자산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1.1% │ 3월 기준), IMF가 발행한 달러 대체 통화(특별인출권 │ 3.7%), IMF에 출자한 대가로 인출할 수 있는 자금(IMF 포지션 │ 1.1%), 예치금(4.9%), 유가증권(89.2%) 등의 형태로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12위로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월(10위)보다 두 계단 하락했다.
이미 고유가는 세계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역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2% 상승하며 다시 요동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4월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8.8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2%나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11월 2.4%에서 12월 2.3%, 지난 1월 2.0%로 내려온 뒤 2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0.2%포인트 높아졌다.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오일플레이션(Oilflation │ 기름값 상승에 따른 물가 전반 오름세)’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석유류가 9.9% 뛰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전쟁 장기화는 중동에서 주로 원유를 들여오는 한국경제에 대형악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길어지면 국내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11.8%나 오른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음을 울렸다.
고유가가 촉발하는 물가 급등이 통화당국의 손발을 묶어버릴 수 있다. 곡물뿐만 아니라 비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밥상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번 물가 상승 압력은 중동 전쟁이 불러온 공급 충격에서 비롯됐다. 수요 억제 수단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잡기 어렵다. 무엇보다 기업의 자금 상황이 악화일로(惡化一路)다. 신용도 ‘AA’ 이상 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조차 어려울 정도로 신용 경색이 심각하다.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36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줄었다. 올해 1분기 회사채 시장의 역성장은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2022년 후 4년 만이다. 신용도가 높은 기업마저 회사채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는 것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칫 기업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 위기는 결코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를 흔들고, 환율을 자극하고, 채권과 회사채 시장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살얼음판 위에서는 조금만 삐끗해도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십상이다. 에너지 위기가 금융 불안으로 번지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긴밀히 공조하고, 선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할 때다.
이렇듯 우리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3고(高)’의 복합위기(Complex crisis)의 거센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 체질을 과감히 개선해야만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4월 3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경제성 중심 공급망’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고속 성장을 위해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던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 구조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전환점에 섰다는 의미다. 김정관 장관은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친다는 심정으로 산업 ‘생태계 대전환’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지금은 구조개혁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공급과잉 산업과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첨단 미래 산업을 위한 세제와 보조금 혜택, 규제 혁신 등을 아우른 종합 지원 방안을 총가동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Achilles 腱)’인 원자재 공급망의 다변화와 노동시장의 개혁도 한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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