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나 박사. [사진=민보영 기자]
"지난해 하반기 체결됐어야 할 기술이전 계약 등 딜이 지연되면서 개별 종목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는데요. 문제는 분위기가 섹터 전반으로 확산했다는 점입니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학회에서의 핵심 데이터 발표와 함께 리보핵산(RNA), 지속 효과를 늘린 비만치료제 부문에서의 메가 딜에 주목할만 합니다."
애널리스트 출신 유튜버(Oneriver, 원리버) 강하나 박사는 19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반기 저조한 바이오 섹터 흐름의 원인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면서 주요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계약 소식,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 해외 학회에서 유의미한 데이터가 발표되거나 지연됐던 딜이 가시화하면 섹터 수급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 바이오테우스(Biotheus) 등 중국 기업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바이오엔텍에 각각 '항체-약물 접합체(ADC)',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하면서 국내 바이오기업과의 계약이 지연
됐다는 설명이다.
◇中 바이오 미점유 영역서 기술력 쌓은 K-테크 주목
강 박사는 임상 데이터와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검증하는 투자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Oneriver 원리버 강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생물유전학에서 학사를, 서울대 의대 의과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제약바이오 부문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며 의과학 전공 지식을 기반으로 한 리포트로 주목받았다. 퇴사 후 다시 학계로 돌아가 지난 2월 서울대 의대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최근에는 좋은 바이오 기업을 선별하는 내용의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강 박사는
하반기 주목할 만한 모달리티(Modality)로 리보핵산(RNA)·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를 꼽았다. 중국 바이오 기업이 아직 점유하지 않은 분야인데다 국내 바이오텍이 보유한 기술력도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서
다. RNA는 세포 핵 속 DNA의 유전 정보를 복사해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솜'으로 전달하는 매개체다. 최근 바이오 시장은 질병 유발 단백질의 생성 자체를 유전자 단계에서 원천 차단하는 RNA 치료제 모달리티에 주목하고 있다. 알지노믹스, 올릭스 등의 기업이 대표적이다.
알지노믹스는 지난달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에서 간세포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파이프라인 'RZ-001'의 1/2a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RNA 트랜스-스플라이싱(Trans-splicing) 플랫폼 기술'이 실제 인체 내에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암세포를 유발하는 텔로머라제(hTERT) mRNA를 정상 유전자로 치환하는 기전을 증명하며 간암 외 뇌종양(교모세포종), 폐암 등 다양한 암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RNA 간섭 기술 기업 올릭스는 지난 3월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OLX501A'의 영장류 시험을 공개하고 초기 물질을 이용해 3mg/kg 단회 투여 시 2주 시점에서 지방 조직 내 ALK7 mRNA 발현이 최대 84% 감소하는 등의 효능을 입증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 유치 조항을 정비하는 정관 변경을 두고 업계는 프랑스 로레알 그룹과의 탈모 치료제 본계약 체결이나 3자배정 지분 투자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는 최근 섹터 전반의 하락세 가운데 올릭스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배경이 됐다.
차세대 유전자 모달리티인 RNA 치료제는 약물을 천천히 녹이는 별도의 전달체 없이, 약물 유전체 자체의 서열 조절을 통해 체내 효력 지속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약물을 천천히 녹이지 않고 약물 유전체의 서열을 조절해 체내 지속성을 길게 유지하도록 하면서다. RNA 치료제가 비만치료제로서 유효한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다.
기존 주1회 GLP-1 약물을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인 '미립구(microsphere)'에 담아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도 하반기 트렌드 중 하나다.
강 박사는 "미립구 형태의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대량생산 과정에서 입자의 크기를 균일하게 유지하고 안정성을 보증하는 공정이 관건"이라며 "관련 기업이 이 같은 공정을 잘 갖춰 글로벌 제약사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에서 '분자 설계'로...AI 패러다임도 변화
제약바이오 업계에 접목된 인공지능(AI) 패러다임에는 변화가 감지된다고 했다.
엔비디아가 올초 투자를 단행했던 신약개발 AI 기업 리커전(Recursion Pharmaceuticals) 지분을 전량 매도한 후 단백질 상호작용 플랫폼 기업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Generate Biomedicines)
주식을 신규 편입하면서다.
리커전은 수십억 장의 세포 이미지 데이터를 AI로 학습해 질병 원인과 약물 반응을 매칭하는 빅데이터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다. 반면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하고 항체 간 상호작용을 예측·설계하는 기업
이다.
강 박사는 엔비디아의 자본 재배치에 대해
"세포 이미지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던 AI에 주목하던 시기를 지나, 글로벌 자본시장은 질병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나 물질을 분자 단위에서 직접 설계하는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
며 의료 AI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 기업 프로티나가 삼성바이오에피스, 백민경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국책 과제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된 배경이다. 프로티나와 백민경 교수팀은 이 과제에서 항원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 구조를 설계하고 최적화된 서열을 생성하는 항체 설계 AI 'AbGPT-3D' 개발을 맡았다.
다만 AI 도입 등의 비용 지출은 매출 등 성과로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강 박사는 제약바이오 부문이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성공, 보험 등재까지 긴 호흡을 보이는 산업인만큼 AI 플랫폼 활용의 결과가 기술이전, 의약품 출시 등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하반기 섹터 흐름과 관련, 글로벌 대형 제약사는 특허 절벽을 넘기 위해 아시아권에서 검증된 후보물질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섹터의 성장률이 꺾이는 시점과 맞물려 실적이 뒷받침되는 대형 바이오주 중심으로 반등 리사이클이 올 것"
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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