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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민주제는 이대로 저무나?

이 회사는 생성형 AI(인공지능)인 '클로드(claude)'를 개발했다. 클로드는 팔란티어의 시스템 안에서 방대한... 또 다른 기업인 '앤두릴(Anduril) 인더스트리'는 AI 기반 자율드론과 감시시스템을 통해 하드웨어적으로 대응할...

민주제는 이대로 저무나?

1997년에 개봉한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컨스피러시’란 영화가 있다. 뉴욕의 택시기사 제리는 까닭 모를 음모론에 집착하는데, 온갖 신문기사와 TV뉴스를 분석하여 그 속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를 찾아내 소식지로 발행하고 있다. 대부분 황당무계해서 미친놈 취급을 받지만, 그중 하나가 우연히 거대한 국가적 음모에 근접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제리는 그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검사인 엘리스와 함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주제곡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아직도 기억난다.

이 영화를 보고 필자 역시 황당무계한 소재의 영화라고 일축했었다. 그러나 불과 4년 뒤인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이 영화가 생각났다. 이 엄청난 사건도 사전에 위험을 경고하는 많은 시그널들이 있었지만, CIA같이 날고 긴다는 정보기관조차도 이 많은 시그널을 분석하고 연결하여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 80억 인구가 쏟아내는 그 많은 시그널을 분류하고 분석해서 정보로 취득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대부분의 범인(凡人)들은 이렇게 생각했지만, 9·11테러를 기화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천재와 기업이 등장한다.

피터 틸과 그가 창업한 ‘팔란티어(Palantir)’란 회사다. 피터 틸은 9·11테러 당시 페이팔(PayPal)이란 ‘온라인 결재 및 송금 서비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러시아 해커들의 금융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이를 막기 위해 ‘금융 이상 거래 감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런데 9·11테러가 발생하자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테러리스트의 움직임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터 틸은 9·11테러에서 정보기관들이 놓쳤던 정보의 파편들을 통합하여 숨겨진 패턴들을 시각화해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팔란티어의 창업으로 연결된다. 팔란티어는 2011년이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면서 진가가 부각된다. 이후 미국의 군사작전은 대부분 팔란티어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이란전쟁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번에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더 있다.

‘앤스로픽(Anthropic)이란 회사다. ‘인류의’란 의미이다. 이 회사는 생성형 AI(인공지능)인 ‘클로드(claude)’를 개발했다. 클로드는 팔란티어의 시스템 안에서 방대한 첩보데이터를 분석하여 수만 가지 공격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미군엔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란엔 최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책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인 ‘앤두릴(Anduril) 인더스트리’는 AI 기반 자율드론과 감시시스템을 통해 하드웨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현대전은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전쟁은 컴퓨터 게임 하듯 모니터를 보며 버튼을 누르거나 음성으로 명령만 내리면 AI가 다 알아서 하는 세상이 됐다. 이제 영화 ‘터미네이터’ 같은 세상의 언저리까지 온 셈이다. 며칠 전 아주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앤스로픽의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와 미국 전쟁부장관인 ‘피트 헤그세스’ 간의 의견충돌에 관한 기사다. 아모데이는 클로드가 ‘국민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정보 수집이나 감시를 해서는 안 되고,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타격 여부를 결정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헤그세스가 ‘전쟁에 이기기 위해선 AI 모델에 대해 제한 없는 접근 권한이 필요하다’며 조건 없이 기술을 개방하라’며 앤스로픽을 압박한 것이다. 이를 아모데이가 거부하자 헤그세스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여 퇴출시키고, 말 잘 듣는 ‘오픈AI’로 선수를 교체하고 만다. 이제 AI는 스스로 판단하여 인간을 살상할 수 있게 됐다. 영화 터미네이터 같은 세상에 한 발 더 들어가고 있다.

민주공화제를 만들어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미국이 이제는 몇몇 ‘테크 기업’의 기술에 의존하는 ‘실리콘 제국주의’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이유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지만, 배경은 ‘중국에 패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중국이 일당 사회주의 체제로 일사불란하게 국력을 집중하며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 트럼프의 콧대가 더 높아질지, 아니면 장기전이 되면서 트럼프가 치명상을 입을지’가 전 세계인의 관심사라면, 필자에겐 ‘이번 전쟁으로 민주제 시대가 이대로 저물고, 인간이 기술에 종속되는 테크노폴리 시대로 접어드는 건 아닌가’가 더 큰 관심사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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