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민요' 지역 미래 열어줄 황금열쇠

음악 인공지능 분야 연구에서 선구적인 위치를 점유해 온 광주과학기술대학교(GIST)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명확한 청사진을 마련하여 특화된 연구기관과 기업을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남광주의 통합으로 과거성을...

'민요' 지역 미래 열어줄 황금열쇠

"전라도라 허는 곳은 신산이 비친 곳이라/저 농부들도 상사소리를 메기는디 각자 저정거리고 더부렁거리네"

남도민요 '농부가'의 한 대목이다. 신이 내려준 비옥한 땅, 그리고 자연과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농부들. 이 아름다운 조합이 흥과 신명의 노래 '민요'를 탄생시켰다. 국악의 대표적인 갈래인 판소리, 산조, 잡가 등의 원류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서 남도민요를 발견하게 된다. '농부가'는 전라도 지역에서 모를 심을 때 부르는 '상사소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판소리 '춘향가'에서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남원으로 향하던 길에 민심을 살피는 대목에서 농부들의 삶과 감성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내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서 지난함과 흥겨움이 교차하는 소릿길 장면을 그려냈던 '진도아리랑'은 '산아지타령'으로부터 나왔다. '산아지타령'은 전남 지역에서 논을 매거나 나무를 하러 갈 때, 혹은 흥겨운 놀이판에서 자주 불렸던 민요다. 이 소리는 1930년대 진도 출신 대금 명인 박종기(1880~1947)에 의해 '진도아리랑'으로 재탄생되었다. 이처럼, 민요는 민중의 삶 속에 머물면서 자유로운 창작과 변화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도시와 산업을 향해 매진하는 현대사회에서 민요는 예전과 같이 생동하지 못한다. 사회 구성원이 지역 중심의 민중에서 도시의 대중으로 이동하면서, 민중에 의해 창조되고 향유되었던 민요 대신 전문 예능인이 연행하고 대중들이 소비하는 대중음악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전통적인 농사와 어업 현장이 사라지면서 민요의 기능은 소멸되었고, 민요는 시연과 공연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민요를 전승하는 단체도 위축되어 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운명공동체인 지역과 민요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까?

전남도와 광주는 지역 발전과 정책 효율성을 기치로 행정 통합이라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1986년 광주시가 직할시(1994년 광역시로 변경)로 승격돼 전라남도와 분리된 지 40년 만이다. 청년 인구 유입과 산업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발표되면서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전남광주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지역의 특성화가 필요하다.

전남도와 광주시는 행정, 교육, 일상의 여러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공유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이 지역의 고유한 소리와 음악이다. 남도음악은 선율과 장단의 변화가 다양하고 감정을 진하게 버무려 풀어내는 방식이 독특하고 멋스러워 예술적 가치가 높다. 광주 임방울(1904~1961), 고흥 김연수(1907~1974) 등 수많은 명인·명창이 이 지역에서 배출되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다. 이것이 전남광주를 특징짓는 고유한 감성이다.

전남광주를 특성화하기 위해 우선, 지역에 기반을 둔 향토민요를 활용하여 문화·관광·교육 콘텐츠로 특화해 나가야 한다. 민요가 보존되고 있는 마을을 중심으로 재래식 농사와 농요를 결합시킨 살아있는 현장을 재현하는 것이 한 예다. 전남광주지역에는 남도들노래, 우수영부녀농요 등 18여 종의 지역 민요가 국가 및 지자체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민요들을 비롯, 비지정 향토민요를 발굴하고 복원하여 문화 자원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향토사학자, 민요학자, 예술가가 전남광주의 민요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이색적인 관광상품으로 관광객을 유치하여 작은 마을이 활기를 띠게 해야 한다.

둘째, 농사와 함께 농요를 전승한다는 측면을 부각시켜 '문화귀촌'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체험형 주말농장이 인기를 끌고 2000년대 이후 귀농이 확산되면서, 농촌은 미래의 생활 터전으로 재조명 되어왔다. 하지만, 안정적인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공간 조성보다 사회적 상호작용과 정서적 측면, 즉 사람간의 연결이 중요하다. 노래는 함께 즐기면서 교감하고 친화력을 키우는데 더없이 좋은 도구다. 민요 전승단체와 귀농귀촌 인구를 연결하여 민요의 전승력을 강화하고 농촌에는 공동체적 분위기를 정착시켜 지역의 안정적인 미래를 모색해 보자.

마지막은 첨단산업에 민요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미 기계화 및 대량생산으로 농업 문화가 변화된 현시점에서, 과거의 농업을 재현하고 체험하게 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첨단기술은 이러한 환경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예를 들어, 게임, 가상현실 등에 농사와 민요를 적용하고, 이를 오프라인과 연동하여 지역 관광과 연계하는 것이다. 음악 인공지능 분야 연구에서 선구적인 위치를 점유해 온 광주과학기술대학교(GIST)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명확한 청사진을 마련하여 특화된 연구기관과 기업을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남광주의 통합으로 과거성을 탈피하고 미래지향적인 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하거나, 반대로 그러한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시점이다. 신중한 접근과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미래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은 궁극에는 지역성과 고유한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방탄소년단(BTS)이 자신과 세계를 연결하는 테마로 'ARIRANG'을 선택한 사실이 이를 확인시켜 준다.

전통문화 중에서 민요는 거대한 바다와 같이 깊고 풍부한 자원이다. 민요는 사람들 속에서 불리고 전파되어야 힘을 얻는다. 과거에 민요가 여러 예술 장르와 음악에 영감을 주었듯이, 민요가 이 시대, 우리 지역에 필요한 답을 줄 수 있도록 민요의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 지역 활성화의 길 위에 민요가 동행한다면, 상생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 전남광주특별시가 가장 남도다운 방식으로, '신산이 비친' 축복받은 문화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