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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의 나이이즘 (75)] 데스 클리닝, 생전 정리의 부상
민병두
입력 : 2026.05.06 06:16
ㅣ 수정 : 2026.05.06 06:16
데스클리닝과 둘라의 부상은 웰다잉 문화 확산 과정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사진=미드저니 / 뉴스투데이 이가민]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인류 역사에서 죽음은 오랫동안 기피와 금기의 대상이었으나, 21세기 고령화 사회와 죽음을 주체적으로 준비하려는 이른바 '웰다잉(Well-dying)'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의 죽음 준비가 단순히 묘지를 마련하거나 유언장을 작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현대의 죽음 준비는 자신이 남길 물리적 흔적을 생전에 정리하여 남겨진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실천적이고 이타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스웨덴의 '데스 클리닝(Döstädning)'과 같은 철학적 실천과, 이를 지원하는 비의료적 조력자인 '엔드오브라이프 둘라(End-of-Life Doula)'의 부상, 그리고 복잡해진 디지털 유산(SNA)을 관리하는 '데스테크(Death Tech)' 산업의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물리적 유품 정리는 단순히 짐을 줄이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유한한 시간을 가치 있게 관리하려는 철학적 결단으로 이해된다. 특히 요양원 입소나 해외 이주 등 급격한 환경 변화를 앞둔 노년층에게 있어, 수십 년간 축적된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은 심리적 해방감을 제공하며 가족 간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 스웨덴 데스 클리닝(Döstädning)의 역사와 철학적 기원
'데스 클리닝' 또는 스웨덴어로 '데스태드닝(Döstädning)'은 죽음을 뜻하는 'död'와 청소를 뜻하는 'städning'의 합성어로,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전통적인 실용주의 가치관에서 유래했다. 이 개념은 2017년 마르가레타 망누손(2026년 92세로 별세)의 저서 『스웨덴식 인생 정리(The Gentle Art of Swedish Death Cleaning)』가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화됐다. 망누손은 자신의 남편과 부모의 유품을 정리하며 겪었던 고통과 혼란을 바탕으로 이 실천법을 제안했다.
데스 클리닝의 핵심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다. 망누손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 이후 가족들이 산더미 같은 물건을 뒤지며 고통받지 않도록, 건강할 때 스스로 물건을 정리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마리 곤도(Marie Kondo)의 방식과는 궤를 달리한다. 곤도의 방식은 설레지 않는 물건을 과감히 버리고, 설레는 물건만 남겨 공간과 마음을 정돈하는 것이다. 물건이 아닌 범주별로, 옷부터 사진 순서대로 한 번에 정리하여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데스 클리닝은 미래에 나의 물건을 마주할 '타인의 슬픔과 수고'에 집중한다.
데스 클리닝의 보급 형태는 초기 스칸디나비아의 가족 중심적 관습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책, 강연, 웨비나(웹세미나), 전문 컨설팅 서비스 등으로 확장됐다. 실천 방식으로는 감정적 소모가 적은 도구나 리넨류부터 시작해 사진이나 편지 같은 감정적 물건으로 나아가는 단계적 접근이 권장된다. 특히 '비밀의 서랍'에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들은 자녀들이 발견하기 전에 스스로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품위를 지키고 유족의 당혹감을 방지하라는 조언은 이 실용적 철학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 생전 정리 및 죽음 조력 비즈니스: 엔드오브라이프 둘라(EOL Doula)
죽음을 앞두고 물건과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 복잡해짐에 따라, 이를 전문적으로 돕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엔드오브라이프 둘라(End-of-Life Doula)' 또는 '데스 둘라(Death Doula)'이다. 둘라(Doula)는 원래 출산을 돕는 비의료적 조력자를 의미했으나, 이제는 죽음의 과정으로 그 역할이 확장됐다. 이들은 말기 환자와 그 가족에게 정서적, 영적, 실무적 지원을 제공하며 병원 시스템과 가정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엔드오브라이프 둘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독립 컨설턴트, 호스피스 협업, 그리고 교육 서비스로 나뉜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둘라들은 시간당 수수료를 받거나, 레거시 프로젝트(자서전 제작, 비디오 메시지 등)나 임종 준비 패키지에 대해 정액 요금을 청구한다. 이들은 환자가 요양원에 가기 전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것을 돕거나,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을 지원하며, 남겨진 반려동물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등 지극히 실무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둘라 산업의 성장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버몬트 대학교는 8주간의 온라인 비즈니스 파운데이션 인증 과정을 통해 둘라들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마케팅, 가격 책정, 브랜딩 등을 교육한다. 또한 국제둘라생애운동(IDLM)과 같은 기관은 44개 이상의 교육 모듈을 통해 사전 돌봄 계획, 영적 지원, 명상 등을 가르치며 표준화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과정은 죽음을 다루는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고객과의 신뢰 형성(Sales), 정서적 경계 설정(Client Relations), 그리고 업무 지속을 위한 재무 관리(Finance)를 심도 있게 다룬다. 단순히 곁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거의 의료·사회 복지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는 준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도 데스 둘라가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로 서구권처럼 대중화되어 있지는 않다. 웰다잉 문화 확산과 함께 한국 내에서도 임종 준비를 돕는 전문가 교육과 관련 활동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민병두 프로필 ▶
現 뉴스투데이 회장 / 前 20대 국회 정무위원장 / 前 보험연수원장 / 前 문화일보 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 저서로 '빛의 혁명', '도시는 사람이다', '웰빙이 아니라 웰리타이어링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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