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 한정 형사미성년 13세 추진 반대성명
“일시 여론 아닌 헌법·형법, 국제규범 기초해야”
“13세가 절도 아닌 살인하면 책임능력 생기나”
“한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원칙 어긋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 1세 하향(14→13세) 방안을 이재명 정부가 막판 고심하는 가운데 진보진영 변호사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국민의 불안과 분노를 이유로 형법의 기본원리를 흔들고 아동권리를 후퇴시킨다”며 반대했다. 민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완전 폐지할 것을 촉구해왔으며, 촉법소년 연령 반대로도 목소리를 키웠다.
민변은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가 살인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조건부) 만 13세 아동에 대해 형사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력범죄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형사정책은 국민의 분노나 일시적인 여론이 아니라 헌법과 형법의 기본원리, 우리나라가 수용한 국제인권규범에 기초해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5년 6월 18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위치한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검찰개혁 5대 핵심 과제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변은 “형법이 14세 미만 아동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는 건 범죄가 가볍기 때문이 아니라 발달 과정인 아동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며 “이들의 판단 능력과 자기 통제력을 성인과 동일하게 평가하면서, 성인과 동일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책임능력은 사람의 정신적 성숙과 판단능력에 관한 개념이지, 범죄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이 아니다”고도 했다.
민변은 “그럼에도 정부안은 동일한 만 13세 아동이라도 ‘절도를 하면 책임능력이 없고, 살인을 하면 책임능력이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며 “형사책임능력을 행위자 특성이 아니라 범죄 종류 따라 달리 인정하는 것으로, 우리 형법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책임주의 원칙과 정면 충돌한다. 형법은 형사미성년, 심신상실, 심신미약 모두 행위자의 책임능력 기준으로 규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안은 ‘처음으로’ 범죄 종류에 따라 책임능력을 달리 인정하는 예외를 도입하려 한다”며 “형법의 기본 구조를 흔든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요구하는 아동보호의 원칙에도 정면 배치된다”며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24호(2019)는 당사국에게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모든 아동에게 동일 적용되는 단일한 기준이어야 하며, 범죄 중대성을 이유로 더 낮은 연령을 적용하는 예외적·이중적 연령체계를 둬선 안 된다고 명확히 권고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간 집단폭행 사건에 관한 일러스트. [연합뉴스 그래픽]
민변은 “정부가 추진하는 ‘중대범죄에 한한 예외적 적용’은 바로 국제사회가 폐지를 권고한 이중 연령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국제인권규범을 성실히 이행해야 할 국가의 책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중대범죄에 엄정 대응은 필요하나, 형사처벌 강화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오히려 중대범죄를 저지른 아동에겐 조기개입, 정신건강 지원, 가족지원, 회복적 사법, 전문적인 보호와 치료 등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가능케 하는 종합적 대응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민변은 “형사미성년 제도의 예외를 확대하는 건 이러한 근본적인 과제를 외면한 채 형벌 강화에만 의존하는 단편적 대응에 불과하다”며 “국민의 불안과 분노를 이유로 형법의 기본원리를 흔들고 아동권리를 후퇴시키는 입법은 결코 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해다. 나아가 “소년사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는 형사미성년자 예외 도입을 즉각 중단하고, 아동 발달 특성과 최선의 이익, 재범 방지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실효성 있는 소년사법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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