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베이징 정상회담 앞두고 경제·무역 의제 사전 조율 성격
미국 "중국 에너지 50% 걸프 의존" 언급…호르무즈 해협 역할 압박
중국 "301조 조사 반대" 반발…관세 안정·무역 관계 유지 강조
협상결과 설명하는 베선트 장관(왼쪽)과 그리어 대표. [사진=AP 연합]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미국과 중국이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한 고위급 경제·무역 협상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협상 결과를 두고 "건설적 논의"라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에너지 안보와 관세 문제, 공급망 갈등 등 민감한 현안들이 동시에 테이블에 오르며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중국 상무부 등에 따르면 양국은 파리에서 이틀간 고위급 경제무역 협상을 진행한 뒤 협의를 종료했다. 이번 회담은 이달 말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사전 협상 성격이 강한 자리였다.
양국 정상회담은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며, 양측은 이번 협상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경제·무역 의제를 사전 정리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에너지 수요 가운데 약 50%가 걸프 지역에서 공급된다"며 "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중동 전쟁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해상 항로 안정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 등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보호를 위한 군함 파견 협조를 공개 요청한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다만 이번 회담이 군사 문제를 직접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국무부도, 국방부도 아니다"라며 "경제적 파장과 공급망 문제를 중심으로 중국 측에 권고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작업 계획의 기본 조건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 합의 이행 문제를 논의했다"며 희토류 공급과 관련한 이슈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희토류는 반도체·전기차·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로,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측은 미국산 농산물과 LNG·원유 등 에너지의 대중국 수출 확대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리청강 중국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상무부 부부장. [사진=AP 연합]
관세·희토류·강제노동…무역 갈등 현안 총출동
중국 측은 미국의 무역 압박 정책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리청강 중국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상무부 부부장은 협상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양측이 관세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리 대표는 특히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관련 조사에 착수한 데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미국의) 일방적인 조사에 반대한다"며 "관련 진행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산업 과잉 생산과 강제노동 관련 제품 수입 여부를 조사 중이며, 중국은 이를 사실상의 무역 압박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깊이 있고 솔직하며 건설적인 협의를 진행했다"고 평가하면서 일부 의제에 대해 초보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상회담 일정도 유동적…중동 변수가 최대 복병
이번 파리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여섯 번째 미중 고위급 경제무역 협상이다.
양국은 지난해부터 제네바·런던·스톡홀름·마드리드·쿠알라룸푸르 등에서 연속적으로 회담을 열며 무역 갈등을 조율해 왔다.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는 추가 관세와 보복 조치를 일부 유예하며 확전 자제에 합의한 바 있다.
정상회담 일정 자체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베선트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 상황을 이유로 워싱턴에 남아야 한다면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에너지 공급망과 글로벌 해상 물류가 미중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단기 합의보다는 정상회담을 앞둔 탐색전 성격이 강했다고 평가한다.
관세·공급망·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가 여전한 만큼, 정상회담 결과가 글로벌 무역 질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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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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