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중국 경쟁사들의 모델 모방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이례적인 공조에 나섰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술 유출과 수익 잠식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등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설립한 비영리 협의체 '프런티어 모델 포럼'을 통해 '적대적 증류(adversarial distillation)' 시도를 탐지하기 위한 정보 공유를 시작했다. 적대적 증류란 기존 AI 모델의 출력값을 활용해 유사한 성능의 신규 모델을 저비용으로 만들어내는 기술로,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경우 문제가 된다.
미국 AI 기업들은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술이 확산되며 자사 모델을 모방한 저가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객 이탈과 가격 경쟁 심화는 물론, 국가 안보 위협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당국은 무단 증류로 인한 손실 규모가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 AI 기업 딥시크가 자사 기술에 '무임승차(free-ride)'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딥시크는 2025년 초 공개한 추론 모델 'R1'을 통해 글로벌 AI 시장에 충격을 주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 모델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부정 취득했는지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증류 기술 자체는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방식이지만, 제3자가 무단으로 활용할 경우 논란이 된다. 특히 안전 장치가 제거된 모델이 개발될 경우, 생물학 무기 등 위험한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AI 기업들이 주로 채택하는 '오픈 웨이트(open weight)' 방식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모델 일부를 공개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비용이 저렴한 대신 미국 기업들의 폐쇄형 모델 전략과 충돌한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딥시크를 비롯해 문샷, 미니맥스 등 중국 기업들이 증류 기술을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앤스로픽은 이들 기업이 자사 모델 성능을 불법적으로 추출했다고 지적하며, 일부 중국계 기업의 서비스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도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AI 행동 계획을 통해 기업 간 정보 공유 체계 구축을 추진하며, 모델 탈취 대응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기업 간 정보 공유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독점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유 가능한 정보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구글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AI 모델 추출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중국 AI 기술 발전이 어느 정도 증류에 의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대규모 데이터 요청 패턴을 통해 이러한 시도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의 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경우 글로벌 AI 시장의 경쟁 구도가 더욱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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