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 설치된 화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위해 빌린 신용거래 잔액이 1년 새 50% 넘게 불어나면서, 과거 증시 고점 국면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신용거래 급증, 과거 고점과 겹쳐
마켓워치는 13일(현지시간) 신용거래 급증이 미국 증시의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증권업계 자율규제기관인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따르면 지난 5월 투자자들이 신용거래 계좌를 통해 빌린 돈은 1조4155억7000만달러(한화 약 2116조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마진거래는 투자자가 보유 자산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 등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면 추가 증거금을 내거나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팔아치울 수 있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투자연구·자산운용사 루트홀드그룹의 스콧 옵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차입 잔액의 절대 규모보다 증가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의 신용거래 증가세가 투자자들의 과도한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루트홀드그룹 자료에 따르면 신용거래 증가율이 현재처럼 치솟은 시점은 2000년과 2007년, 2021년의 증시 고점과 맞물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고점 이후에는 각각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약세장이 뒤따랐다.
옵살은 과거 신용거래 증가율이 40%대에 들어섰을 때 S&P500지수가 이후 12개월간 조정을 받을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가율은 약 54%로 해당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과열 구간 진입에도 “폭락 단정 일러”
과거 미국 증시의 신용거래 증가율을 크기 순으로 10등분했을 때, 현재 수치는 최상위 10% 구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구간의 평균 증가율은 50.5%였고, 이후 12개월간 S&P500지수는 평균 0.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2021년 증시 고점 이후 낙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S&P500지수는 2022년 19.4% 급락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같은 최상위 구간에 속한 사례들의 이후 12개월 평균 하락률이 0.5%에 그쳤다는 점에서 신용거래 급증이 매번 폭락으로 귀결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 수석시장전략가는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가 증시 매수세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입 자금이 최근 상승 탄력이 강한 종목군으로 몰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킷은 늘어난 차입 자금이 올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급등한 반도체주 등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신용거래와 옵션 거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등 차입·레버리지 거래가 특정 종목군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특정 종목군에 레버리지 투자가 몰리는 것은 투자자들의 낙관이 복권 당첨을 노리는 투기심리와 맞닿아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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