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코오롱하늘채’ 전용면적 84㎡는 이달 8일 보증금 4000만 원에 월세 325만 원으로 계약됐다. 같은 날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전용 84㎡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70만 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중계동 ‘신동아’ 전용 115㎡도 17일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34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강남권 고급 아파트에서 이뤄졌던 월 300만 원 이상의 고액 월세 계약이 강북권에서도 잇따르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고 갭투자마저 막히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한 데다 전세대출 규제로 보증금 마련이 여의치 않자 월세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았던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에서도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노원·도봉·강북구에서 체결된 월 300만 원 이상 아파트 월세 계약은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건에서 6배 이상 늘었다. 강북구와 노원구는 각각 1건에서 6건으로 늘었고 도봉구에서도 지난해는 없었던 월 300만 원 이상 계약이 등장했다.
월 200만 원 이상의 고액 월세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노원·도봉·강북구의 월 200만 원 이상 아파트 월세 거래는 총 1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7건)보다 2.4배 늘었다. 특히 강북구는 16건에서 68건으로 4배 넘게 급증했다. 노원구도 42건에서 72건으로, 도봉구는 9건에서 20건으로 증가했다.
실제 강북구 미아동 ‘미아동부센트레빌’ 전용면적 59㎡는 이달 3일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15만 원으로 계약됐다. 노원구 하계동 ‘하계2현대’ 전용 84㎡도 16일 보증금 1억 원, 월세 230만 원에 거래됐다. 도봉구 쌍문동 ‘북한산코오롱하늘채’ 전용 84㎡ 역시 지난달 11일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20만 원으로 계약됐다. 월세 220만 원이면 연간 임대료만 2640만 원으로 세후 월급이 440만 원인 직장인은 소득의 절반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고액 월세가 일부 단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 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44만 3000원)보다 15.1% 상승했다. 중위 월세도 120만 원에서 140만 원으로 올랐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평균 월세가 상승했으며 광진구(23.3%), 영등포구(22.5%), 송파구(22.4%), 강동구(21.8%), 성북구(20.2%) 등 5곳은 상승률이 20%를 웃돌았다.
특히 서울 외곽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노원구의 평균 월세는 1년 새 90만 2000원에서 106만 9000원으로 18.5% 뛰었다. 같은 기간 도봉구는 94만 5000원에서 105만 4000원으로, 강북구는 117만 5000원에서 133만 6000원으로 올랐다. 고액 월세 거래가 늘어나는 동시에 일반적인 임대료 수준도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지를 찾는 세입자들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와 고액 월세 증가 등 전월세난의 근본 원인은 임대차 매물 부족이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이 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도 전세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수급지수는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 매물 부족에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다주택자 중과세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민간 임대주택 공급망이 막힌 상황”이라며 “관련 규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신규 아파트 공급만 늘려서는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짚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장기적인 아파트 공급 계획만으로는 당장의 전월세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오피스텔과 빌라 등 비아파트의 신축뿐 아니라 구축에 대해서도 주택 수 제외 규제를 확대해 민간임대 물량을 서둘러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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