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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포커스] 치매 예방 신체활동, 얼마나 편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느냐가 ‘관건’

우리는 흔히 건강을 위해 “많이 움직일수록 좋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계단을 오르고,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삶이 곧 건강한 삶이라는 인식이다.

[미디어 포커스] 치매 예방 신체활동, 얼마나 편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느냐가 ‘관건’

여가 운동, 발병 위험 24% 감소

육체 노동은 오히려 20% 증가

◇“몸을 많이 움직이면 뇌 건강에 무조건 좋다?”… 통념 뒤집은 연구

우리는 흔히 건강을 위해 “많이 움직일수록 좋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계단을 오르고,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삶이 곧 건강한 삶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신체활동이 언제,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와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데이비드 라이클렌(David Raichlen) 교수 연구팀은 의학 학술지 랜싯 공중보건(The Lancet Public Health)을 통해 신체활동의 ‘맥락’에 따른 치매 위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30개국에서 진행된 74개의 코호트 및 환자-대조군 연구를 메타 분석하여, 총 422만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참여자 데이터를 면밀히 들여다봤다. 그 결과, 신체활동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총량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여가시간에 이루어지는지, 아니면 직업상 육체노동인지에 따라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기도 하고 오히려 높이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 운동은 치매 위험 ‘뚝’, 직업상 육체노동은 ‘쑥’

그동안 보건 전문가들은 여가 운동, 직업상 육체노동, 집안일, 통근 등을 모두 아울러 ‘신체활동’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척도로 묶어 평가해 왔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들 활동이 이루어지는 환경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며, 이에 따라 장기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적인 신체활동 수준이 높은 사람은 가장 낮은 사람에 비해 모든 원인의 치매 위험이 20% 낮았고,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21%, 혈관성 치매 위험은 29%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활동 종류별로 뜯어보았을 때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여가 신체활동 (걷기, 자전거, 수영 등): 치매 위험 24% 감소 연관 △가사 활동: 치매 위험 15% 감소 연관 △직업상 신체활동 (육체노동): 치매 위험 20% 증가 연관 △통근을 위한 신체활동: 치매 위험 10% 증가 연관.

여가시간의 운동은 활동량이 늘어날수록 치매 위험이 낮아지다가 일정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반면 직업상 신체활동은 반대로 활동량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드러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활동의 맥락’에 주목해야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로 각 활동이 수반하는 심리적·환경적 차이를 꼽았다.

우선 여가시간 운동은 개인이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체력과 즐거움에 맞는 강도로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분비되는 긍정적인 호르몬과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뇌를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 가사 활동 역시 본인의 주도하에 비교적 유연한 시간대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유사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직업상 신체노동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장시간 동안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시간 서 있기, 무리한 근육 사용 등 신체적 부담이 극심할 뿐만 아니라, 극심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와 위험한 작업 환경에 항시 노출된다. 또한 대기오염, 소음공해, 유해 물질 등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환경 역시 뇌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일하면서 몸을 쓰면 무조건 치매에 걸린다”는 식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육체노동이 수반하는 각종 유해 환경과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더 많이 움직이라”는 기존 메시지, 이제는 수정해야 할 때

이번 연구는 고령화 시대 속에서 치매 예방 전략을 세우는 방식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단순히 대중을 향해 “더 많이 움직이라”고 독려하는 일방적인 구호에서 벗어나, 어떤 환경과 목적으로 신체활동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클렌 교수는 “안전하고 쾌적한 공원이나 산책로, 양질의 여가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사람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여가시간을 보장하고 유해한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단순히 운동을 강권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치매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신체활동의 양적 성장에만 치중했던 현대 사회의 건강 관리 패러다임을 ‘질적 환경의 개선’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학적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다.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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