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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국의 데이터센터 논쟁과 한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잠정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연방 정부가 AI 기술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이 기술이 창출할 부가 사회 전반에 공유되도록 하는 규정을 제정할 때까지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의...

미국의 데이터센터 논쟁과 한국

▲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

미국의 진보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와 그린뉴딜 결의안으로 잘 알려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이 지난 25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잠정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연방 정부가 AI 기술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이 기술이 창출할 부가 사회 전반에 공유되도록 하는 규정을 제정할 때까지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의 유예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샌더스 의원은 “미국인들이 품고 있는 우려를 고려할 때, 의회가 AI와 로봇공학을 통제하기 위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신속한 의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당연하게도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데이터센터 연합 관계자는 이 법안이 “디지털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위험이 있고,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며,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바이든 정부의 AI 규제 행정 명령 등을 취소하며 미-중 경쟁에서의 승리를 AI 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온 트럼프 행정부는 아예 주 정부가 자체의 규정으로 AI를 규제하는 걸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는 중이다.

사실 위스콘신주 하원의원이자 민주사회주의자 프란체스카 홍 등이 ‘주 전역의 데이터센터 일시 모라토리엄’을 요구하는 캠페인에 나서는 등 일부 정치적인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난해까지 정치나 행정 차원의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에 상황이 변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에 따르면 이미 12개주에서 유사한 법안이 검토 중이며, 미국 전역의 100여개 지역 사회가 자체적인 모라토리엄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올 초에 퓨 리서치 센터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도 뚜렷이 드러난다. 조사 결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이 환경에 대해서는 39% 대 4%, 에너지 비용에 대해서는 38% 대 6%, 그리고 인근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해서는 30% 대 6%로 긍정적인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또한 부정적인 응답의 경우 진보 성향 민주당 당원일수록, 젊은 성인층일수록, 그리고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시민일수록 더 커졌다.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여론 지형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음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주도해 온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주로 있는 워싱턴포스트가, 버니 샌더스의 데이터센터 유에 법안 기사를 싣던 날 사설을 통해 매우 원색적으로 샌더스를 비난했던 점이다. 사설은 샌더스가 미래를 향해 맞서 싸우는 정치인이라고 표현하면서 “샌더스는 자칭 혁명가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반동주의자처럼 행동하며 진보의 바퀴에 모래를 뿌리고 있다”고 거칠게 공격했다.

심지어 워싱턴포스트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전구가 발명될 당시 공직에 있지 않았던 것은 미국으로서는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여전히 촛불 아래서 책을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비야냥거리며, 시장에 대한 뻔한 찬사를 덧붙였다. “시장은 정부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새로운 혁신과 기회에 대응한다. AI 발전을 늦추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중단하는 것은 바퀴가 손가락을 끼일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바퀴 생산을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환경과 지역 영향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며 정치권의 이슈로 부상한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도 지난 24일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이 소관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전격 통과하면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제는 이 법안이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세제 지원, 용수·부지 확보 지원, 그리고 특히 전력공급 지원을 담고 있을 뿐, 환경과 주민 삶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조치를 전혀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시행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이나 AI 행동계획 등 기존의 AI 관련 법이나 조치들도 기후나 환경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서울 금천구 등 데이터센터가 새로 지어지는 지역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한국에서도 점점 커지는 중이다.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데이터센터 규제에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던 워싱턴포스트조차 다음과 같은 사실은 인정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디지털 경제의 원동력이 될 수는 있지만, 물리적 한계 내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자명한 사실도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bkkim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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