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인 연 5.2%까지 치솟으면서 월가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미국 증시를 떠받쳐온 금리 인하 기대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연준 내부에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장기 금리 급등의 핵심 배경으로는 이란 전쟁 이후 이어지는 고유가와 미국의 구조적인 재정 악화가 동시에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통제 불능으로 갈 수 있다”는 경계감이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 달러.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차입 비용 급등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0년물 5.2% 충격…왜 시장이 흔들리나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연 5.20%까지 상승했다. 이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채권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물 금리도 4.69%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채권 금리 급등은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정부와 기업, 가계가 돈을 빌리는 비용이 동시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인프라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채권을 발행해온 상황에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가에서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 움직임도 다시 거론된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국채를 대거 매도하고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장기채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 유가 급등이 다시 불붙인 인플레이션 공포
시장 긴장의 출발점은 중동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상태가 이어지면서 에너지발 물가 압력이 다시 커졌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해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쟁 이전인 2월의 2.4%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가팔라졌다.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문제는 연준이 더 이상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쉽게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2021~2022년 물가 급등 당시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은 경험 때문이다. 새로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역시 과거 당시 판단을 “정책 오류”라고 공개 비판했던 인물이다.
실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공개된 의사록에서는 다수 위원이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동안 대표적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까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 증시·부동산·소비까지 흔들릴 수 있다
장기 금리 급등은 미국 경제 전반에 직접 충격을 준다.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다시 6.5% 수준까지 상승했다. 주택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여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이미 100%를 넘어섰고, 지난해 연방정부는 이자 비용으로만 약 9700억달러를 지출했다. 금리가 더 오르면 재정적자 부담은 한층 확대될 수밖에 없다.
뉴욕증시 역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S&P500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유지되고 있지만, 차입 비용 상승이 이어질 경우 기업 투자 축소와 소비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 투자 경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빅테크 기업들의 CAPEX 전략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이 둔화하기 시작한 것도 시장이 민감하게 보는 대목이다. 고유가와 고금리가 동시에 장기화할 경우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가 맞물리는 ‘수요 파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시장은 이제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 둔화 대응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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