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물가-월세-금리-세금 4중고 덮친 가계...소비 위축 우려 [Pick코노미]

고유가와 고금리, 세금, 주거비 부담이 동시에 가계 소비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까지 꺾일 경우 성장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유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물가-월세-금리-세금 4중고 덮친 가계...소비 위축 우려 [Pick코노미]

유가 10% 오르면 물가 0.5%P 상승

쌀·달걀·축산물 등 고공행진 지속

종부세 대상 ‘비거주 1주택 월세’ 등

稅부담 커지고 금리인상까지 거론

“개별 가계 넘어 소비전반 둔화 우려”

이란 전쟁 격화에 유가 급등,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되살아나는 듯 했던 국내 소비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카드를 꺼내 급한 불은 껐지만, 당장 이달 말 예정된 2차 가격 조정부터는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쌀을 비롯한 식탁 물가가 이미 고공행진하고 있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전월세 매물이 줄면서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잇어 가계 가처분 소득감소와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심리를 가장 먼저 위축시키는 요인은 물가 불안이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1900원을 돌파했던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800원 초반대로 떨어졌지만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최고가격제를 시행과 동시에 2주 간 도매가 기준으로 보통 휘발유는 ℓ당 1724원, 경유는 ℓ당 1713원으로 묶어뒀다. 문제는 재설정 시점인 27일 이후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가격 상단을 다시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고가격제 도입 직전 배럴 당 110달러 수준이던 두바이유는 전날 136.42달러로 약 24% 뛰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0달러 후반대에서 95.46달러로 10%가까이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곧바로 물가 전반을 끌어 올린다.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의 비중은 약 5% 수준으로, 유가가 10% 오르면 헤드라인 물가를 약 0.5%포인트 밀어 올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물가는 1.1%포인트 상승하고, 150달러까지 치솟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에서는 물가가 2.9%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봤다.

식료품 물가도 급등하며 소비 여력을 잠식하고 있다. 라면·식용유·과자·아이스크림 등 가공 식품은 정부 압박에 일부 가격을 최대 14.6% 내렸지만 달걀과 쌀, 축산물 등 식탁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20㎏ 소매가격은 전날 기준 6만 2951원으로 1년 전보다 13.65% 뛰었다. 같은 기간 소 안심(100g)은 1만 5639원으로 약 14.6%, 달걀 30구는 6772원으로 8.4% 상승했다. 음식·숙박·학원비 등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5%까지 치솟으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세금도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갉아먹고 있다. 서울의 공시가격이 올해 19%가까이 급등하면서 종부세 과세 대상(공시가격 12억원 초과)에 진입한 주택은 48만7362채로 전년 대비 53.6% 늘었다. 특히 종부세 과세 대상 중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월세 수익분에 대한 과세가 본격화된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단지 사례를 보면 세 부담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단지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1억 7000만 원에서 올해 15억 3100만 원으로 상승했다. 월세를 360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연간 임대수입은 4320만 원 수준이다. 국세청 기준에 따라 필요경비와 기본공제를 적용하면 단순경비율 기준으로 산출세액은 약 250만 원 내외로 추산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산출세액의 10%)를 포함하면 실제 납부세액은 약 270만~280만 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고현식 세무사는 “임대소득세는 경비율 적용 방식과 종합과세 여부에 따라 세액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며 “실무적으로 약 200만~400만원대 세 부담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급여 인상분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상승으로 이어지며 실질적인 ‘세후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장 금리까지 튀어 오르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가계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주거비 부담도 소비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다주택자 규제 예고로 전월세 매물 잠기면서 월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0.24로 전년 대비 2.4% 올랐다. 수도권은 0.33%, 서울은 0.41% 상승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월세는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 성격의 소비로, 가격이 오르면 외식과 여가 등 선택적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개별 가계 수준을 넘어 전반적인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고유가와 고금리, 세금, 주거비 부담이 동시에 가계 소비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까지 꺾일 경우 성장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유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뛰면 실질 소비는 더욱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의 확대로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성장률 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보다 더 오른 공시가 적정한가?”, 1주택자도 피할 수 없는 ‘징벌적’ 세금의 실체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