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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물 리스크' 산업 경쟁력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

주요 산업군의 물 스트레스 지역 취수 비율은 제약·건강 산업이 88.5%로 가장 높았고, 산업재 61.2%, IT 60.4...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물 정보공개에 미응답한 주요 기업으로 ▲IT·반도체 분야...

'물 리스크' 산업 경쟁력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

자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코리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불거진 공업용수 확보 논란을 계기로 ‘물 리스크’가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철강 등 물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가뭄과 홍수, 물 스트레스가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물 리스크 대응과 공시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물 스트레스 높은 구조…국내 CDP 응답기업 77% 중대한 물 리스크 식별

13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발간한 이슈브리프 ‘한국 기업의 물 리스크·공시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25년 CDP 수자원(Water Security) 데이터 기준 국내 응답기업의 77%가 중대한 물 리스크를 식별했다. 주요 물리적 리스크로는 홍수(51건), 물 스트레스(48건), 가뭄(39건) 등이 꼽혔다.

특히 한국은 구조적으로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여름철 물 수요와 강수 변동성이 커지는 6월 기준, 국토 대부분 지역이 WRI Aqueduct 기준 ‘High’ 등급 이상의 물 스트레스 지역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WRI Aqueduct(세계자원연구소 애쿼덕트)는 미국 비영리 환경 연구 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개발한 전 세계 수자원 위험 지도 및 도구(Water Risk Atlas)다.

특히 한국은 구조적으로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여름철 물 수요와 강수 변동성이 커지는 6월 기준, 국토 대부분 지역이 WRI Aqueduct 기준 ‘High’ 등급 이상의 물 스트레스 지역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물 리스크는 이미 산업 현장의 현실적 변수로 나타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하루 최대 약 170만㎥ 규모의 공업용수가 필요한 국내 최대 산업 수요처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요 취수원과 수요지가 모두 물 스트레스 위험권에 놓여 있고, 일부 공급 계획은 기존 지역 용수 재배분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지역 간 갈등과 공급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용인 일반산업단지는 남한강 여주보~산단 간 용수관로 설치 과정에서 지역 인허가와 상생 문제로 착공이 지연된 바 있다.

포스코의 생산 차질 사례도 물 리스크의 파급력을 보여준다. KoSIF는 포스코가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생산라인 침수에 따른 가동 중단 사태를 겪었고,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장기 가뭄으로 공업용수 공급 불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물 리스크 재무영향 정량화 수준은 기후 리스크 대비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KoSIF에 따르면 2025년 CDP 한국 보고서 기준 물 리스크 보고 건당 평균 재무영향은 약 3,300만 원으로, 기후변화 리스크의 건당 평균 재무영향 약 114억 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물 리스크가 실제보다 과소 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산업별 노출 수준도 높게 나타났다. 주요 산업군의 물 스트레스 지역 취수 비율은 제약·건강 산업이 88.5%로 가장 높았고, 산업재 61.2%, IT 60.4%, 선택소비재 50.8% 순이었다.

◇글로벌 고객사·투자자·금융기관, 물 데이터 요구 확대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의 압박도 강화되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협력사 행동강령을 통해 물 소비 감축과 폐수 처리 모니터링을 요구하고 있으며, 애플은 ‘Supplier Clean Water Program’을 통해 협력사의 물 데이터 제출과 재이용률 관리, 공개 여부까지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역시 물 데이터를 주요 리스크 관리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KoSIF는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주요 중앙은행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에 홍수·가뭄 등 물 리스크를 포함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물 데이터를 지속가능연계대출(SLL)의 핵심성과지표(KPI)로 활용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BVA는 스페인 에너지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에 제공한 대출에 CDP 수자원 점수와 용수 사용량 감축 목표를 연계했고, 국내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용수 사용량 감축 KPI를 적용한 중소기업 대출 상품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대응 속도는 글로벌 흐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CDP 수자원에 응답한 글로벌 기업 수는 2016년 1,426개에서 2025년 9,922개로 약 7배 증가했지만, 한국 응답기업 수는 최근 3년간 감소세를 보였다.

◇韓 기업, 글로벌 공시 흐름에 역행…CDP 응답 3년 연속 감소

물 정보공개 요구가 확대되면서 CDP Water Security에 응답하는 글로벌 기업 수는 2016년 1,426개에서 2025년 9,922개로 약 7배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응답기업 수는 2023년 135개, 2024년 116개, 2025년 113개로 최근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물 정보공개에 미응답한 주요 기업으로 ▲IT·반도체 분야 한미반도체, ▲선택소비재 분야 LG에너지솔루션·현대모비스·HL만도, ▲원자재·소재 분야 포스코퓨처엠·현대제철·OCI홀딩스 등이 확인됐다. 반면 같은 산업군 내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기아, 포스코홀딩스·LG화학 등은 응답하고 있어 기업 간 격차도 드러났다.

유사하게 제조업·수출 중심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이 CDP Water Security 참여율을 2024년 대비 11% 상승시키며 글로벌 리더십(A/A-) 등급 기업 중 22%를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대응 지연은 글로벌 비교 평가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공시체계에 편입되는 물 정보…"선제적 대응 필요"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에서도 물 관련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U의 CSRD·ESRS E3는 이미 물과 해양자원 관련 정보를 주요 공시 항목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기업은 물 소비량, 물 리스크 지역 사용량, 재사용·재활용량, 재무영향 등을 설명해야 한다.

삼일PwC가 지난해 발간한 '2025 EU 기업의 CSRD 보고 현황'에 따르면, 분석 대상 EU 기업의 36%가 수자원 및 해양자원 관련 중대한 영향·리스크·기회를 공시했다. 산업별로는 에너지·자원(52%), 헬스케어(62%), 산업·서비스(45%) 등 물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서 공시 비중이 두드러졌다. PwC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보고를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전략적 의사결정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oSIF는 CDP Water Security가 ESRS E3·GRI 303·TNFD·IFRS S2 핵심 요구사항과 약 50~80% 수준의 정합성을 보이며, 공시 정합성·범용성·등급화·공개성에서 가장 효율적인 물 공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남나현 선임연구원은 “물 리스크는 이제 기업이 자발적으로 관리할지 여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투자자·금융기관이 요구하는 핵심 경영 정보가 되고 있다”며 “특히 다양한 공시 프레임워크가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 설명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DP Water Security와 같은 통합 공시 채널은 기업이 보고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객사와 투자자의 정보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라며 “이미 물 공시 데이터가 SLL 등 금융상품의 KPI로 활용되는 만큼, 선제적인 물 공시는 비용이 아니라 자금조달 비용 절감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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