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영 변호사
SF(Science Fiction)는 그 시대의 여러 과학적 상상을 반영하는 장르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으로 유명한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과연 인간성이라는 것을 가지는가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사이버펑크의 시초가 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에서는 AI가 보편화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통제할 수 없는 미지의 대상에게 공포를 느낍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기는 하지만 일부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과거에는 근미래에 달성하기 힘든 결과물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그 발전 속도가 언제든 예상을 넘는 결과를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태이며, 직업이나 업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현실적 공포를 느낄 수 있는 단계인 것이죠.
법조계 역시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 3년 전만 해도 판례 검색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다거나 통상적인 법률 서식을 제공하는 사이트나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지금은 일반적인 검색 사이트에서도 법적인 질문에 전문가 수준의 답변이 제공되며 여러 법률 AI는 적절한 사실관계와 정보를 입력하고 원하는 방향을 설정하면 간단한 신청서에서 제법 복잡한 서면까지도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빠른 발전 속도에, 시류에 신속하게 적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업무 처리 속도가 현저히 차이 나게 되어 이제는 인공지능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정도입니다.
이즈음에 국내 SF 문학계에 중진인 작가들의 SF 단편 작품집인 ‘AI 판사가 왔다’를 접했습니다. 본 앤솔로지는 4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으며 각각 AI 시스템으로 교통방해죄에 대해 재판받는 한 활동가가 겪는 일, 러브로봇에 관한 헌법소원에서 인공지능재판관의 결정, 한국과 같은 법률을 가진 어떤 나라의 이야기, 인공지능 판사의 탄생과 드러나지 않은 위협 등이 그 내용입니다. 물론 위 작가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가 제각각이고 아무래도 최고 전문가들보다는 모자랄 수밖에 없기에 완벽히 기술 정합적인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평소 인공지능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사람이면 많은 생각거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분명 인공지능은 인류를 더 편하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항상 문제를 발생시키며 그걸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인공지능을 공부하겠다 마음먹은 것도 제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입니다. 사람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 이해가 없으며 불편해지는 아이러니는 늘 반복되어 온 일이지만 인공지능은 불편해지는 정도를 넘어 실질적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처음 법을 배울 때 법은 엄정한 규율과 적법 절차를 가지고 있는 체계라고 배운 것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매우 합리적 분야이며 어느 정도는 과학적 사고와 부합하여 이과생들이 강점을 가지기도 합니다. 결국, 법률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서로 큰 시너지를 이룰 것입니다. 다만 큰 시너지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는 법입니다.
인간은 실수와 사고를 일으키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에 대해 믿음을 가지더라도 실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둡니다. 이런 고려가 없을 때 여러 사고가 벌어집니다. 사기를 당하거나 일을 그르치기도 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대비하지 않으면 작은 일이 큰일이 될 수 있죠. 컴퓨터가 발명되고 난 뒤 기계에 대한 신뢰는 나날이 커져서 인간의 기술이 뛰어나면 ‘기계와도 같은 정밀함’이라고 표현하거나, 뛰어난 지능을 보이면 ‘컴퓨터 같은 두뇌를 가진’이라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술 숙련도가 상당한 장인은 기계보다 더한 정밀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직 인공지능은 인간 통찰력, 나아가 진정한 메타인지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역시 허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질문이 있어야 올바른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인즉슨 인공지능은 명령에 부합하는 답을 주는 기술일 뿐이지 제대로 된 명령을 알려주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이 출현하여 진정한 메타인지를 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지만, 그것은 인간을 넘어서는 또 다른 지성의 출현을 의미합니다. 그때면 그 존재는 법률이 규정한 자연인과 법인에 인공지능을 추가하자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지만, 발전에는 과거 교훈을 참작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난 닷컴 버블과 메타버스 광풍을 생각하면 인공지능 역시 너무 낙관적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는 경제 영역의 문제로,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다만 인간이 만든 기술에는 인간적 실수가 있는 것을 고려하여야 하며, 인간을 초월한 것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거기에는 여전히 인간적인 면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에 대한 신뢰와 맹신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며 인공지능은 인간의 조력자이지 주체가 된다면 곤란합니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법조계에 잘 정착하려면 그것을 다룰 고급인력이 필요하고 고급인력은 많이 배출하기보다 정예로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발달로 법조계가 필요한 인원이 줄어드는 현실 때문이라도 변호사 배출 수는 대폭 감축되어야 합니다. 이는 효과적인 법조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 ‘AI 판사가 왔다’ 표지
/김기영 법률사무소 신이 변호사
김기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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