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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29] ‘자동 문장 기계’ 앞에서

요즘은 어딜 가나 AI와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 인공지능이 글을 다 써준다는데, 앞으로 작가는 어떻게 될까요?... AI라는 전대미문의 쓰나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태도뿐. 글쓰기의...

[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29] ‘자동 문장 기계’ 앞에서

로알드 달이 원작을 쓴 뮤지컬 '마틸다' /넷플릭스

요즘은 어딜 가나 AI와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 인공지능이 글을 다 써준다는데, 앞으로 작가는 어떻게 될까요? 대답하기도 전에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물어본 이의 애처롭고 안타까운 표정 때문이다. 질문 뒤에 숨긴 그의 마음은 이런 것일 테다. 이제 너는 곧 대체될 텐데, 혹시 그걸 알고 있니?

놀랍게도 작가들에게 이는 낯설지 않은 미래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잘 알려진 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은 이미 1954년에 ‘위대한 자동 문장 기계’라는 제목의 단편에서 이를 예언한 바 있다. 유리 진공관과 복잡한 배선, 스위치와 전기 타자기로 구성된 이 기계는 다소 아날로그적이기는 하지만 장르, 소재, 스타일만 입력하면 손쉽게 소설을 만들어 낸다. 문학적 소설이라도 15분이면 충분하다. 다만 그 시간 동안 작가는 실제로 기계를 조종해야만 한다. 마치 운전을 하듯, 계기판을 보며 레버를 잡아당기거나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는 뜻이다.

결말 부분에서 소설의 화자는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묻는다. ‘이 사실이 놀랍습니까?’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고백한다. 지금 여기 앉아 이 글을 쓰는 동안, 옆방에는 자신의 굶주린 아이들 아홉이 울부짖고 있다는 사실을. 책상 건너편에 놓인,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로는 기계가 모든 글을 쓴다는 황금빛 계약서에 자신의 손이 점점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화자의 마지막 문장은 기도처럼 들린다. ‘오 주님, 저에게 우리 아이들을 굶주리게 할 힘을 주옵소서.’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AI라는 전대미문의 쓰나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태도뿐. 글쓰기의 여러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AI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내가 택한 마지막 윤리는 ‘위대한 자동 문장 기계’가 쓴 것을 그대로 옮겨오지는 않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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