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축제조직위원회 남덕현 집행위원장 (사진제공=부산시축제조직위원회)
‘무보수’로 신고된 겸직이었지만 실제로는 매달 300만원이 지급됐다.
남덕현 부산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부산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의 겸직 논란이다. 그런데 겸직 승인 권한을 가진 부산대는 보수를 명시한 공문을 받고도 두 달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판단할 명확한 규정이 없는 데다, 결정 책임을 학과와 대학본부가 서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2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배의원(민주당)이 남덕현 부산축제조직위원장에 관해 황당한 일탈이라며 질의하고있다. 국회방송 캡처
21일 부산시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남 위원장의 일탈 행위를 두고 비판이 나왔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원리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월 300만원'이 ’무보수'로 바뀐 공문
논란의 출발점은 겸직 허가 공문이었다. 이투데이는 지난 8월 남 위원장의 연임 과정에서 작성된 겸직 허가 관련 공문에 당초 월 300만원의 보수가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공문이 남 위원장의 수정 지시 이후 ‘비상근 무보수(별도수당)’로 바뀌어 부산대에 제출됐다는 의혹이다.
부산대는 당시 서류에 무보수 겸직으로 적혀 있어 규정에 따라 승인했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지급 내역을 모른 채 겸직을 허가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남 위원장은 월 300만원이 급여가 아니라 위원장직 수행에 따른 별도 수당이라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월에는 이와 별도로 회의비 150만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9박11일 ‘나 홀로’ 유럽 출장 두 번…1700만원
외유성 해외출장도 도마에 올랐다. KNN은 남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프랑스·영국, 두 달 뒤 독일·스위스로 각각 9박11일 일정의 출장을 혼자 다녀왔다고 보도했다. 출장비는 모두 1700만원가량이었지만, 출장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면담 대상이나 성과가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는 것.
남 위원장은 “축제와 관광지는 분리하기 어렵다”며 외유성 출장 의혹을 반박했다. 이후 국무조정실 감찰반이 부산대와 부산시를 찾아 조사를 벌였고, 부산시도 동시에 축제조직위 사무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학과장→본부 위원회→다시 학과…결론은 ‘아직’
부산대에 따르면 축제조직위는 지난 8월 10일 월 300만원 보수를 명시한 겸직 승인 요청 공문을 부산대에 보냈다. 처음부터 보수가 있는 겸직이었다는 사실이 공식 문서로 대학에 전달된 것이다.
원래 교원 겸직은 동료교수인 학과장이 판단하고 단과대학장이 결정하면 끝나는 되는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이 사안이 언론에 통해 외부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자 부산대측은 지난 9월 30일 본부 차원의 겸직승인위원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위원회에서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결국 사안은 다시 학과로 돌아갔다. 대학본부는 지난 15일 사안을 인문대학으로 되돌려보냈다. 해당 학과인 중어중문학과의 교수회의를 거쳐 단과대학이 승인 여부를 공문으로 내라는 것이다.
사안은 지금 중어중문학과 교수회의에 넘겨져 있다. 공문 접수 이후 72일이 지났지만 최종 판단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본업에 지장 없으면 된다”…기준조차 없는 겸직 규정
결론이 늦어지는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자. 부산대 관계자는 겸직 승인 요건이 ‘교원의 본업무인 연구나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정도로만 돼 있을 뿐,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보수 액수나 근무 형태, 외부 직위의 성격을 따지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무보수'라고 신고하든 ’월 300만원'을 수당이라고 신고하든 판단 근거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다. 처음 무보수로 신고된 겸직이 별다른 검증 없이 승인된 것도 이런 허술한 기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단 기준이 모호하니 결정 책임도 표류하고 있다. 학과장과 단과대학장 선에서 끝날 일을 본부 위원회로 올렸다가, 보름 만에 결론 없이 다시 학과로 원위치한 것이다. 남교수뿐 아니라 비슷한 사례가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교수의 연봉보다 적은 돈을 받는 자리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둔갑해 겸직하는 사례가 많을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감찰서 위반 확인 땐 징계 불가피
부산대의 겸직 판단과 별개로, 남 위원장이 징계를 받을지는 국무조정실 감찰 결과에 달려 있다. 핵심은 처음 공문에 적힌 ‘월 300만원'이 ’무보수'로 바뀐 경위다.
감찰에서 남 위원장의 수정 지시나 허위 신고가 확인되면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렵다. 허위공문서로 부산대의 겸직 승인 판단을 방해했다는 혐의가 적용돼 국립대 교수 신분에서 징계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감찰 결과와 징계 요구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시 예산 80억 들어간 조직…부산시·부산대 모두 책임
축제조직위의 지난해 사업비는 약 190억원이다. 이 가운데 부산시 예산지원액은 80억원가량이다. 부산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맡고 집행위원장도 시장이 임명한다. 부산시가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부산시는 감찰이후 공무원 파견과 규정 정비, 집행위원장 상근직 전환 등 개선안을 마련중이다. 하지만 조직 개편 검토가 앞 선 의혹에 대한 책임 규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 부산대 역시 교원 겸직에 대한 명확한 승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한 같은 논란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국감에서 전 시장이 원리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부산시와 부산대 모두 더는 결론을 미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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