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유일 4년제 종합대학 ‘울산대’
사립대학 한계 사업단절 문제 지속
울산시 법·제도개선 공동노력 필요
▲ 김진천 울산대 신소재·반도체융합학부 교수
현 정부가 검토했던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의 본질은 명확하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지역 거점 대학은 단순히 학문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지역의 생존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울산의 현실은 어떠한가? 냉정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타 지역의 경우, 각 시도를 대표하는 국립대학교들이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수십 년의 전통 속에 인문, 사회, 공학, 이학, 예체능, 농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사에 필요한 모든 학문을 품으며 지역인재를 육성한다. 국가의 세금이 투입되기에 취업률이나 재정 효율성이라는 잣대만으로 학과를 쉽게 없애지 않으며, 지역 지도자를 키워내는 요람이 된다.
반면 울산은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거점 국립 종합대학’이 부재하다. 울산대학교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왔으나, 법적 지위가 ‘사립대’라는 점은 늘 구조적 한계로 작용했다. 타지 사람들은 울산대를 당연히 국립대로 오해하며 “울산대는 걱정 없다”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립대이기에 겪어야 했던 연속성 없는 정부 사업의 굴레가 존재한다.
울산대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몇 가지 아쉬운 지점이 떠오른다. 1970년 개교 당시 미국 MIT를 표방했던 ‘UIT(Ulsan Institute of Technology)’의 정체성을 지금까지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오늘날의 포스텍(POSTECH)이나 유니스트(UNIST)를 능가하는 세계적 공과대학으로 우뚝 섰을지도 모른다.
만약 재단이 HD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로 나누어지지 않고 함께 유지되었으면 어땠을까? 현재의 세계 1위의 조선, 세계 2위의 자동차 회사의 최고의 조선, 자동차 연구소가 현재의 판교, 남양이 아닌 울산에 있어 세계 최고의 브레인 수 만명이 있는 역동적인 젊은 도시가 되지 않았을까? 삼성전자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국내,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는 성균관대학처럼 더욱 성장하지 않았을까? 또한 1980년대 초 종합대학 승격 당시, 시립대나 국립대로 전환되는 기회를 잡았더라면 지금쯤 ‘서울대 만들기’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서 지역 소멸에 당당히 맞서고 있었을 것이다.
울산대는 울산 유일의 4년제 종합대학으로서 자동차선박대학원, 누리사업 등 수많은 국고 지원 사업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사립대라는 한계는 사업 종료와 함께 성과가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역 산업의 핵심 인력을 양성하던 프로그램들이 국고지원 종료 후 지자체의 재정 투입 거절로 사라졌다가, 최근 RISE, 글로컬 사업을 통해 다시 유사한 이름으로 부활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타 지역 국립대를 유치하겠다는 실효성 낮은 정책에 매몰될 여유가 없다.
향후 울산의 100년을 위해 울산시와 울산대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선 ‘최소 시립대 이상의 결속력’을 갖춰야 한다.
첫째, 울산시는 울산대를 지역 공공 자산으로 인식하고, 사립대라는 틀 안에서도 안정적인 재정을 보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필요시 시립대와 같은 성격을 가질 수 있게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국고 사업 종료가 교육의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 재정이 마중물이 되어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시와 대학의 정말 끈끈한 유대감이 필요하다.
셋째, 대학은 취업률 중심의 학과 개편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기초 학문을 지탱하는 거점, 지역인재를 키우는 책무를 다하는 것에 대해 시와 늘 논의해야 한다.
울산이 젊은 도시의 활력을 유지하고 지역 소멸의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대학의 생존이 곧 도시의 생존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울산대학교를 ‘울산의 거점 국립대’ 수준으로 격상시키려는 시와 대학의 파격적인 결단이 없다면, 울산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상상을 넘어 실행으로, 울산의 백년지대계를 설계해야 할 때다.
김진천 울산대 신소재·반도체융합학부 교수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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