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논의는 두 갈래다. 생산성을 끌어올릴 혁신이라는 기대와,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양상은 생각보다 분명하다. 글로벌 기업과 수도권에서는 AI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지방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같은 변화가 시작됐지만, 그 속도와 체감은 전혀 다르다. AI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변화지만, 지역에 따라 그 현실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 속에서 충북의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충북은 반도체, 전자, 바이오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이런 산업일수록 AI와 자동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과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생산 공정의 데이터화와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품질 관리와 설비 운영에 데이터가 활용되고, 공정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아직 지역 전체의 흐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AI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당장의 과제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투자 부담과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 인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그 사이 일찌감치 AI를 도입하고 있는 선도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산업의 속도가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은 일자리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단순 반복 작업은 줄어드는 반면, 설비 운영과 데이터 기반 관리, 공정 개선과 같은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요구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지역 전체에 충분히 공유되지도, 준비되지도 않고 있다. 기업마다 변화의 수준과 속도가 다르다 보니, 어떤 현장에서는 이미 새로운 직무가 요구되는 반면 다른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존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교육과 인력 양성 역시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직무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 반복되고, 산업 현장의 요구와는 간극이 발생하고 결국 변화는 일부에 머물고, 지역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AI는 지방에 위기일까. 오히려 충북처럼 제조 기반이 탄탄한 지역에는 기회에 가깝다. 문제는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선도 기업의 변화가 지역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과 일자리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를 넘어, 산업 변화와 연결된 직무 중심의 인력 양성 체계 역시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10년 넘게 고용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것은,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준비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격차를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변화라는 것이다. 이제 충북이 고민해야 할 것은 하나다. 이 변화를 일부 기업의 변화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지역 전체의 기회로 만들 것인가.
댓글
0